‘호루라기 쉼터’는 대구에 위치하고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이다. 쉼터의 회원들은 유기견, 유기묘들의 보호, 후원, 봉사, 입양, 치료 실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은 4천여 명이지만 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0명도 안 된다. 매니저 박영보 씨는 “50명이나 될까 몰라”하고 덧붙였다. “지금은 애들 수가 많이 줄었어요. 총 15마리 정도?”

박 씨는 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가정의 조건과 상황을 꼼꼼히 체크해 입양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젊은 부부들이 동거를 하면 안 보내. 헤어지면 개가 버려지니까. 또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아기가 생기면 ‘털이 빠진다’ 등의 이유로 애기랑 강아지를 같이 키우는 걸 싫어하는기라. 그러다 보면 개는 버려지는기라. 그 사람들은 자기 애가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얘들이 중요하니까. 혼자 사는 부모님한테 보내려고 하는 사람한테도 안 보내. 어르신들이 몸이 안 좋아 입원하게 되면 개의 처지가 난처해지니까.” 박 씨가 입양처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곳은 ‘다양한 가족구성원이 있는 집’이라고 했다.

박 씨는 유기견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얘네를 데리고 가면 그 순간 얘들의 과거나 상처까지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해.” 박 씨는 이어 제도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애들을 팔 때도 엄마 젖을 충분히 먹고 떼어내도록 해야 해. 그래야 성격 형성에도 문제가 없어서 결국에는 유기되지 않는 거야. 안 그러면 못 팔도록 법적으로 규정해야 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박 씨는 “우리 큰 애 대학교 앞에 방 얻어주러 갔다가 조그만 강아지가 식당에 들어와서 기웃거리는 거야. 배가 고프니까……. 난 그때는 동물도 안 키울 때였어. 식당에서 나가라고 쫓아냈는데 엉덩이 뒤에 똥도 막 묻어있고. 아 저런 아이를 내가 못 데리고 오니까 어떻게 구제를 할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보호소에서 봉사를 하면 한 마리 구조해서 거기 데려다 놓더라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지”라 말했다. 

대학생들의 유기견 문제에 대해 묻자 박 씨는 “대학생들도 많이 버리지. 혼자 있으면 심심한 것도 있지만 그저 조그만 것 보면 이쁘잖아.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큰 생각 없이 사서 키우다가 방학이 되거나 하면 이제 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집에 부모님이 반대하면 그냥 개를 버리고 가버리는 거야. 학생 사정에 중성화 수술 할 돈도 없어서 그냥 키우는 경우가 많지. 그러다 버리니까 원룸촌에 가보면 새끼를 밴 채로 돌아다니는 개들, 차에 치여서 다리 다쳐서 절고 다니는 개들도 있고, 엄청 많은기라.”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는 박 씨는 운영이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몸이 이제는 잘 안따라주지. 자꾸 아프고. 다른 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특별히 힘든 건 없어. 얘들이 좋은 가정에 좋은 주인 만나서 가면 그게 최고 좋은거라.”고 말했다.

▲화원의 보호소에서 데려온 둘리. 태어난 지 2개월 때부터 해당 보호소의 작은 철장 안에서 몇 달을 컸다. 둘리 같은 대형견은 크는 속도가 있어 몇 개월 사이에 키가 많이 자랐는데 작은 철장 안에서 지냈다보니 밖으로 꺼내놨을 때 걷지를 못했다. “휘청, 휘청, 휘청하다가 꽈당 자빠지고.” 하얗고 이뻐서 쉼터에 온지 두 달 만에 어르신 한 분이 계시는 시골으로 입양을 가게 됐는데,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서 ‘그냥 개장수한테 팔아버리라’고 했다. 어르신의 아들이 파양을 신청해 다시 쉼터로 돌아온 지 1년이 됐다.

▲나오미는 나이가 많은데다 성격도 굉장히 소심하다. 안동 보호소에서 데리고 왔는데 당시 안동 보호소장이 보호 중인 개들 머리를 후라이팬으로 때리는 등 학대를 했다. “애들이 머리가 깨져서 죽고 그랬다 하더라고.” 안동 보호소가 폐쇄된다고 할 때 봉사자 한 분이 나오미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야가 거기서 그런 걸 봤겠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엄청 많아. 처음에 여기 데리고 왔을 때 숨어서 나오지도 않았어.” 나오미는 남자만 보면 짖는다. 보호하는 봉사자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오면 워낙 짖으니까 도저히 못 키우겠다고 해서 쉼터로 돌아오게 됐다.“나는 어느 정도 커버린 애들은 탐탁지 않거든. 다 큰 건 이미 철이 들어버렸으니까. 이미 아는기야, 야들은. (자기가 버려졌다는 걸.) 표정들이 우울해.”

▲ 짜장이는 한 아가씨와 만나기 전 길러주던 전 주인에게 많이 맞았다.

“그래서 야가 남자를 되게 싫어해. 막대기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결국 그 아가씨와 결혼하게 될 남자가 짜장이가 너무 사나워 키우지 못하겠다며 본인의 본가에 묶어놓고 왔다. “한겨울에 바깥 정자에 묶어뒀으니 얼마나 추웠을까…” 쉼터 봉사자가 고향이 그 쪽이라 지나가다 산에 개가 한 마리 묶여있기에 버려진 개인줄 알고 구조해왔는데, 미용을 위해 마취하려고 보니 목에 이름표가 있었다. “이름표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남자가 대뜸 ‘걔 사나운데 어떻게 데리고 갔어요?’라 하는기라. 자기 개를 데리고 갔다는데. 그리고는 ‘키우실래요?’ 했다더라. 그건 아니다 싶어서.” 기자도 짜장이를 만지려다 물렸다. 가까이 와서 만져달라는 듯이 몸을 부비길래 손을 가져다 댔다가 물린 거다. “자기가 좋다고 와서는 막 이래.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거지.”

▲많은 강아지들 중 홀로 옷을 곱게 차려입고 있던 행복이. 

기자들이 쉼터에 들어설 때, 다른 강아지들은 문 앞으로 몰려나와 짖거나 우릴 반기기 바빴으나 행복이는 한참 동안 제 집 안에서 우릴 지켜보기만 했다. “어제 입양돼 갔다가 하루 만에 돌아왔어. 잘 지내라고 옷까지 곱게 입혀보냈는데.”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 앞에 쪼그려 앉자 밖으로 나와 기자의 다리에 제 두 발을 얹고 기자의 다리가 저려올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기대고 있었다. “보호소에서 이렇게 얌전한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데리고 갔던거야. 그런데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신났는지 밤새 빨빨 돌아다녔다고 하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고 돌려보낸 거지.”

▲취재 후 돌아가려는 기자들을 현관 앞까지 나와 지켜보는 둘리

▲호루라기 쉼터 내부 모습

김나영 기자/kny15@knu.ac.kr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