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강연에 앞서 정보전산원에서 학생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그곳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모름에 대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세월호 7시간의 문건 등 세상이 소설 같다. 한편의 비참한 소설 같은 현실에 정보전산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은 분노하고 또 분노하는 국민들 중 한 명이었다. 그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은 다름아닌 ‘학생들’이었다. 그런 학생에게 “살살 하란 말이야, 살살”, “너거 집엔 엄마, 아빠도 없나”, “너거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더나”라는 말을 던진 넥타이를 맨 남성이 그 자리에 있었다.

넥타이를 맨 남성이 본교 관계자인지, 김무성 의원 측에서 온 사람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한마디는 영상을 지켜보던 나를 놀라게 만들었고 경북대학교 구성원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당신이 가진 학생에 대한 고압적 말투와 태도는 이화여대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를 외친 모 교수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수많은 카메라가 있었던 현장에서 부모님을 들먹이는 말을 내뱉어도 될 만큼 당신에게 학생이, 한 사람이 하찮아 보였나.

당신의 평소 성격, 품행을 모르지만,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도 아니었지만 그 학생을 보며 당장이라도 때릴 것 처럼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서 더할 나위 없는 실망감을 절감했다. 그와 동시에 생각나는 말들. “학생이면 학생답게 가만히 있어”, “어린 것들이 뭘 알아” 그 순간의 모습은 저런 대사들이 어울려 보였다. 아마 더 넓은 사회로 나가면 그 현장 속의 당신과 같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것에 대해 ‘잘못됐다’ 말할 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넥타이를 맨 남성은 그 학생을 모욕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당신이 손 올리기 직전 어떤 학생이 외쳤던 말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가르쳤어, 불의를 보면 참지 말라고”가 당신에게는 그렇게 거슬렸을까. 손을 들어 올렸던 순간이 가장 부끄러웠다. 

단편적인 장면만을 보고 인간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안다. 어쩌면 그 현장 속에서 내가 모르는 당신이 겪었을 모욕이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은 평소에 온화하고 부드러운 품성을 자랑하는, 존경받는 분이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는 그 학생이 그릇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열렸던 그곳에서 한 인간을 존중치 못했던 당신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었다.

당신에게 부모님을 모욕당하기 직전 학생이 했던 말.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습니다”

이한솔

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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