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글터 작가모집 사업 - 시 부문

촛불로서 명한다

되돌아갈 길이라곤 생각지도 않고

사라질 듯이 흘러내리는 밀랍의 눈물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움켜쥐기엔 너무나 뜨거운 삶

그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것일텐데

이 땅의 심장에서 행진하는 이들은

제 손 뒤덮는 밀랍의 절멸에도

누구 하나 움켜쥔 촛불 놓지를 않았다

짙어지는 흑색의 채도에 굴하지 않고

꺼질 줄 모르는 업화를 일으켰다

저마다 부서지는 가슴

거기서 터져나온 끓는 피와 닮아서일까

그 혈기와 같은 온도여서 그랬을까

그래서 밀랍 덩이도

제 몸 감싸는 손에게 악수를 건네온걸까

비명과 울음과 맹렬한 질문을 두고

그대들은 언제까지 침묵하고 말텐가

그대들이 별빛을 죽여 없앨지언정

하늘 아래에 백만 개나 새로 피었으니

이제 더 이상 그대들에게 방도는 없다

우리는 어둠을 불사르고 눈보라를 잠재울 것이다

그대들은 짓밟힌 봄에서 발을 떼라

다시는 인간의 길을 더럽히지 마라

신발 밑창에 묻은 오물일랑 기꺼이 털고

우리는 시대를 향해 나아갈테니

성경환

(경상대 경제통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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