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에 열린 학생총회는 2천161명의 학생이 참석해야 성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인해서인지 700여 명만 참석해 총회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 전까지 1인 시위, 단식투쟁이 이어졌고 경북대학교 1·2차 시국대회에도 수백 명이 참여하는 등 현 시국에 대해 학생들을 비롯한 본교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정부가 총장공석사태를 2년여 동안 지속시켰다가 첫 추천 당시 2순위였던 후보자를 임용한 것을 규탄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총학생회 측은 김상동 총장에 ▲교육부를 대상으로 대학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떠한 시도들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기자회견을 통해 천명할 것 ▲구성원들에게 총장임용 인정의 여부를 묻는 총투표를 실시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요구안을 전달했다. 이어 지난 8일의 2차 시국대회를 시작으로 학생 1,687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8일 6시에 학생총회를 소집하고자 한 것이다.

학생총회 소집에 앞서 총학생회 측은 학생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받고 이에 대해 “본부 측이 대학자율성 수호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와 같은 정확한 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회는 성사되지 못했고 총학생회장 및 일부 학생들의 발언과 학생 요구안에 대한 김상동 총장의 답변을 듣는 자리만 가진 후 시국대회 및 행진으로 이어졌다. 총회가 성사되지 않아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고 협의를 하는 자리가 아닌 지난번 학생요구안에 대한 대면 답변만 듣게 됐다.

학생총회가 당연히 성사될 것으로 믿었던 탓일까. 학생총회를 위한 서명을 진행했던 학생실천단 ‘이것이 민주주의다’측은 ‘성사되지 못할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주최 측은 총회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대비를 했어야 했다. 학생들의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총장 및 본부 측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이번 학생총회에 배정된 시간은 30분이었고 시국행진행사로 바로 이어져 총회의 안건인 ▲임명총장의 재신임에 관한 건 ▲박근혜 정권 퇴진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안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적었다. 2만 1601명의 학생 중 10분의 1, 2천161명이 모이는 자리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더 많은 고려와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최종의결기구를 통해 시국과 대학의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의미 있다. 지난 몇 주간 해온 학생회 및 학생 단체의 활동은 사안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시도들이 모여 학교의 총의를 모으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학생총회가 미성사됐다고 논의와 행동을 멈춰선 안된다. 학생들이 총회를 진행하려고 한 이유를 구성원들은 재고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존중일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학생과 교수, 본부 측이 서로의 입장만 말하기보단 서로의 말을 들어주면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로를 탓하는 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이번 학생총회에서 이루려 했던 소통의 불씨는 사그라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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