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번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나요?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 보조 배터리를 찾게 되진 않나요? 없으면 불안할 만큼 우리는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삼성 갤럭시 노트7’의 사례를 보며 느꼈듯 배터리는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배터리가 어떤 원리로 작동되기에 발화 사건이 일어났던 걸까요? 지금부터 배터리의 원리와 충전 방식 등을 살펴보며 그 해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배터리를 향해, 전자가 여행하는 길

배터리는 전력을 저장해두는 공간이기 때문에 미리 전력을 공급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충전기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구입했을 때 제공되는 유선 충전기는 정류기, 변압기, 제어기로 구성돼 있다. 정류기는 가정에 공급되는 교류 전압을 직류 전압으로 바꿔준다. 교류전압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직류전압과는 달리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일정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변압기는 가정용 전기의 전압을 충전기기에 맞게 변환하는 장치다. 그리고 제어기는 전류와 전압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 전기 에너지를 받는 배터리의 수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충전기에서 변환된 전기 에너지는 선을 타고 흘러 자연스럽게 배터리로 흘러간다.

최근에는 이 전류를 보내는 방식, 즉 충전 방식이 다양해졌다. 아예 선 없이 충전하는 ‘무선충전’ 방식이 나온 것이다. 무선충전 방식 중 현재까지 개발된 방식은 크게 자기유도 방식, 자기공명 방식, RF(Radio Frequency)방식으로 구분된다. 

자기유도 방식은 코일을 사용한다. 코일은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력이 발생하고, 자력을 공급해주면 전류를 발생시키는 매우 특이한 성질을 가졌다. 이를 자기유도 현상이라고 한다.  

자기유도 방식은 앞서 설명한 코일의 성질을 이용한다. 1차코일(전류를 전달하는 코일)과 2차코일(전류를 공급받는 코일)을 맞대게 한 후, 1차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 자기력의 변화를 유도하고, 그 자력이 2차코일에 전달돼 기전력  을 유도하는 것이다. 끊어진 줄을 자석으로 잇는 것과 비슷하다. 

자기유도 방식은 현재까지 가장 상용화돼 있다. 이미 전동칫솔, 무선주전자 등에서는 응용되던 기술이고, 최근에는 휴대폰 무선충전기, 전기자동차 충전에도 사용된다. 코일의 크기와 형태에 대한 제약이 없어 소형화하기 편리하고 생산단가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자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장 영향권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자기장의 영향권이 1cm이하로 좁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1차코일과 2차코일이 약하게나마 접촉하고 있어야 한다.  

자기공명 방식은 자기유도 방식과 같이 코일을 사용하되, ‘공진’이라는 원리를 이용한다. 소리굽쇠 두 개를 놓고 하나의 소리굽쇠를 치면 다른 한쪽도 같이 소리를 낸다. 이는 소리굽쇠가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고, 서로 같은 진동수를 가진 물질 사이에서는 그 진동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이를 사용하면 목소리로 유리잔을 깰 수도 있다. 이러한 원리를 ‘공진’이라고 한다. 자기공명 방식은 코일의 주파수를 공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정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전력을 전달한다. 

자기공명 방식은 진동을 사용해 자기유도 방식보다는 거리를 좀 더 둘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약 수 m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단가가 비싸고, 공진을 일으키기 위해 코일의 크기를 반지름 50cm 정도로 키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상용화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홍준 교수(IT대 전기공학)는 “세계 곳곳에서 자기공명 방식에 쓰이는 코일의 크기를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RF 방식은 안테나가 극초단파 를 방출해 전력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라디오 안테나가 전파를 보내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라디오가 단순히 신호만을 전달하기 위해 미약한 극초단파를 쏜다면, 전자기파 방식에서는 파장이 긴 극초단파를 흘려보낸다. 

그 동안 RF 방식의 사용에 대해 여러 논의가 이루어졌다. 1979년에는 NASA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구상하면서 생산된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 RF 방식을 고려했다. 하지만 RF 방식은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만큼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또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RF 방식의 상용화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를 저장하는 법, 배터리의 시작

충전기를 통해 들어온 전기에너지는 기기가 가진 전지에 저장된다. 전지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기구이다. 배터리는 이 중에서도 전기에너지를 화학적 성질을 통해 저장한 전지이다. 물론 태양전지, 열전지 등 전지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인류가 전기를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찾았던 것이 바로 이 배터리다. 

최초로 배터리를 발명한 사람은 볼타(Alessandro Volta)다. 볼타와 동시대를 살았던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는 개구리의 각 다리에 금속을 갖다 대자 죽은 개구리가 발작을 일으킨 것을 보고 ‘동물에게도 전기가 흐른다’고 주장했다. 이 ‘동물전기  ’의 존재에 의문을 품은 볼타는 갈바니의 실험을 재현하며, 개구리의 각 다리에 같은 금속을 댔을 때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어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볼타는 ‘개구리는 단순히 두 금속을 이어주는 매개체일 뿐이었으며, 전류가 통한 것은 단지 서로 다른 금속 간의 전위  차이’라고 주장했다. 

볼타는 전위 차이가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성질을 이용해 볼타 전지를 개발했다. 볼타 전지는 아연, 은, 소금물 적신 천으로 구성돼 있다. 구리는 아연보다 전위가 높다. 때문에 두 금속이 소금물 적신 천으로 연결되었을 때, 구리에 있던 전자는 아연으로 가려는 성질을 띠게 된다. 이때 배터리의 전자 이동을 방전이라고 한다. 볼타가 배터리를 발명한지 2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배터리의 기본적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볼타 전지는 최초로 전기에너지를 화학적 형태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게 한 것과 뿐만 아니라 물의 전해(전기분리)와 같이 전기를 사용하는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구리가 전자를 방출하면서 발생하는 기포로 인해 전자가 원활하게 교환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오래 사용되진 못했다. 

배터리의 발전과 리튬이온 배터리

이후 배터리는 단점을 보완하고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 1836년 발명된 다니엘 전지는 두 금속을 다른 용기에 분리함으로서 분극 현상을 막으려 했다. 1859년에는 충전이 가능한 2차 전지의 일종인 연축전지가 개발되었다. 르클랑셰 전지는 현재의 건전지와 같이 전해질을 흡수체로 이동시켜 전지의 제조·보관을 더 쉽게 만들었다. 

현대에는 휴대폰엔 리튬이온 배터리, 자동차 배터리에는 연축전지가 주로 사용된다. 이 중 리튬이온 배터리는 더 많은 에너지를 작은 공간에 저장하려는 노력 속에서 만들어졌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1910년대부터 시작됐으나 1991년 일본 소니에 의해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현재까지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소형화가 쉽고,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된다. 방전되면서 전압이 서서히 강하하기 때문에 간단한 회로구조로도 배터리 잔량을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음극재,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 리튬이온으로 구성돼 있다. 방전될 때는 음극재 속에 있던 전자가 양극재로 이동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충전할 때는 전류를 흘려주어 양극재에서 음극재로 전자가 돌아가도록 만든다. 이 때 물질이 전기적 중성을 띄려는 성질 때문에 리튬이온도 전자의 움직임에 맞춰 분리막을 넘어 움직인다. 분리막은 양 극 물질이 만날 수 없도록 차단하며, 충·방전시 리튬이온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편리한 배터리, 왜 폭발할까?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폰·전기자동차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 쓰이지만 발화·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에서 알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이 훼손될 경우 두 극의 물질이 만나며 갑자기 많은 양의 전자·리튬이온이 교환되며, 이 과정에서 발열이 일어난다. 물론 이는 다른 배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선 더 가능성이 높다. 발열이 생기면 유기용매  인 전해질에 불이 붙어 발열·폭발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 직후 잦은 폭발사고로 출시 2개월 만에 단종된 삼성의 ‘갤럭시 노트7’ 역시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됐다. 용량이 크고 작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경쟁한 결과, 배터리의 분리막은 얇아지고 에너지 밀도는 올라가게 됐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효율성을 가진 배터리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대안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발열이 발화·폭발로 이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전상은 교수(공대 신소재공학)는 “현대의 배터리 안전성 연구 경향은 배터리 속 전해질을 수용액이나 고체와 같이 불에 타지 않는 물질로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양극을 산소로 바꾸는 것이다. 양극이 산소인 배터리를 금속공기전지라고 한다. 금속공기전지는 음극을 공기보다 전위가 높은 임의의 물질로 사용하고, 양극을 대기중에 있는 산소로 공급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보이는 과도한 반응을 막는다.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커패시터는 양극을 금속판으로 하고, 금속판 사이에 유전체  를 넣어둔 구조다. 슈퍼 커패시터는 배터리와 같이 전기에너지를 축적할 수는 있으나, 비교적 적은 전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방출하는 배터리와는 달리 짧은 시간에 축전된 전력을 모두 방출한다. 전 교수는 “슈퍼 커패시터도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전력의 방출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고, 더 안전한 배터리를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이후의 차세대 배터리는 어떤 것이 될까?

<용어해설>

1) 기전력: 일반적으로 두 지점간의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힘을 말한다. 

         단위는 V를 사용한다.

2) 극초단파: 파장의 범위가 1mm~1m에  

           이르는 전파를 모두 지칭하는 

           말. 파장이 짧고 살균력이 강

<자문>

< 무선충전 >

 김홍준 교수(IT대 전기공학)

< 배터리 >

전상은 교수(공대 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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