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1 (월)

  • -동두천 2.0℃
  • -강릉 6.7℃
  • 구름많음서울 5.2℃
  • 박무대전 5.5℃
  • 구름조금대구 8.8℃
  • 구름조금울산 10.2℃
  • 맑음광주 10.8℃
  • 구름조금부산 13.4℃
  • -고창 9.4℃
  • 흐림제주 17.8℃
  • -강화 3.3℃
  • -보은 2.9℃
  • -금산 3.2℃
  • -강진군 13.5℃
  • -경주시 6.4℃
  • -거제 12.7℃

사회기획

혜화동에서 동성로까지 - 전국 대학생 시국대회,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 -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터져 나온 대학생들의 분노는 전국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동, 그리고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지난주 이 두 곳에서는 젊은 학생들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전국 대학생 시국대회’가 진행된 혜화동의 대학로에서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가 진행된 대구백화점 앞까지,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며 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아봤다●

혜화동에서 동성로까지
- 전국 대학생 시국대회,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 -
노란 은행나무 잎이 비처럼 쏟아지던 11월 12일, 서울 강북 지역 내 ‘문화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학로에 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이날 열린 ‘전국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40여 개교의 학생회와 30여 개 학생단체가 참여했다.
1시 반 즈음부터 시작된 행사는 ▲집결, 행사 안내 및 시국선언문 발표 ▲‘2016 청년총궐기’ 행사 진행 ▲마로니에 공원~서울시청 광장 행진의 순서로 구성됐다. 시국선언문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대표자들은 “국민 없는 국가, 이러한 상실의 시대 속에서 대학생들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현 시국에 대한 대학생들의 분노를 표출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소위 ‘해학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한국인 특유의 유머 감각을 살려 가지각색의 피켓과 가면, 퍼포먼스 등을 준비했다. 검은 상복을 갖춰 입고, 장례용 리본을 단 태극기 사진을 들고 나온 서울대 간호학과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죽었기 때문에 초혼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퍼포먼스”라며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민주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한 것으로 알려진 정유라 씨를 비판하고자, ‘이러려고 정유라 태웠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고 적힌 사진과 함께 말 가면을 쓰고 나온 학생도 있었다.
당초 마로니에 공원에서 출발해 서울시청 광장까지의 행진을 계획했으나 타 시민단체의 행진과 전국 청소년 시국대회 등으로 시청 인근의 결집 인원이 너무 많아진 탓에 행진 경로가 급히 변경됐다. 이화사거리에 접어들었을 즈음 진로 변경 안내를 받은 학생들은 곧바로 종로를 가로질러서 3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광화문으로 향했다. 무대 대신으로 쓰인 트럭을 따라 1호차에 시민단체·청년단체들이 선두를 지켰고, 대학생들은 2호차 트럭과 함께 행진했다. 트럭에는 각 대학의 학생들이 올라 자유발언을 진행했다. 본교 제48대 ‘SODA’ 총학생회 총학생회장 박상연(사범대 물리교육 10) 씨는 “‘새누리 표밭’이라는 대구 시민으로서 결자해지를 위해 경북대 학생 100여 명이 함께 올라왔다”며 “우리는 지금 다시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발언이 잠깐씩 멈추는 중간마다 익숙한 대중가요들이 트럭 위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빅뱅의 ‘뱅뱅뱅’,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 90년대 생인 대학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노래들이 주로 선곡됐다. 특히 ‘다시 만난 세계’의 경우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내 시위에 참여할 때 부른 노래였던 만큼 더욱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부정입학 등 여러 학내 문제로 인해 100일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이화여대 총부학생회장 이혜지 씨는 “많은 대학생, 청년 분들이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앞으로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살려내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도 시위에 함께 참여했다. 자유발언을 진행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장희웅 씨는 “현 시국을 서강대 학생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바라보고자 발언에서 ‘선배님’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며 “크게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서강대 내부에서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박 대통령이 명예정치학박사를 수여받은 것을 규탄하고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참여 학생들 중에는 본교생들을 포함해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도 다수 있었다. 순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종범 씨는 “친구 차를 타고 왔는데 차가 많이 막히고, 오다가 사고도 나고, 주차할 곳도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현 시국이 잘못된 만큼,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 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북대 총학생회장 허재무 씨는 “시간적, 거리적 제약 때문에 지역 학생들은 대규모 시위에 참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전국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이 12일에는 꼭 모이자고 약속했고, 우리학교 학생들도 정말 참여하고 싶어 했기에 힘든 부분을 감수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전주에서 함께 올라온 전북대, 전주대 학생들은 150여 명에 달했다.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음에도 행진은 질서정연했다. 함께 참여한 시민들의 시민의식도 빛을 발했다. 일반 시민으로서 행렬에 참여했다는 석승찬 씨는 종이 쓰레기 등 거리에 떨어지는 자잘한 쓰레기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그는 “평화 시위에 동참하고 싶어서 쓰레기를 줍게 됐다”며 응원의 뜻을 밝혔다.
길바닥에 앉아 끼니를 때우며 행진한 학생들은 해가 저물어갈 무렵 광화문에 도착했다. 11월 둘째 주 토요일, 대학생들을 포함해 광화문에 결집한 인원은 10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TK의 대학생은 분노했다 
-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
혜화동에서 시작된 전국 대학생 시국대회에 이어,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가 지난 18일 본교 학생단체 <이것이 민주주의다> 실천단과 제48대 ‘SODA’ 총학생회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본교를 포함한 대구·경북 지역 5개 대학교의 총학생회, 3개 대학교의 시국선언단, 각 학교 민주동문회와 교수노조 등 총 19개의 단체가 참여한 시국대회는 본교 학생주차장에서 시작해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 시작 이전, 오후 6시부터 30분 간 진행된 학생총회를 위해 준비된 자리에는 날씨가 흐린 탓인지 공석이 많았다. 학생총회 성사 기준인 학부 재학생 1/10의 인원, 즉 2,100명 이상의 학우들을 위해 총 2,400여 개의 의자가 준비됐으나, 자리에 참석한 인원은 700여 명에 불과했다. (관련 기사 1면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이어진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에 700여 명의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임했다. 대구대 시국선언단 소속 재학생 윤성국 씨는 “우리 대학생들의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대구대 학생 천 명 이상의 하야 촉구 서명을 모았다”며 “학내에서 2차 시국대회를 진행했으며 3차 시국대회도 곧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대구·경북 대학 시국대회에 참여한 것은 학생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자유발언에서 “TK를 넘어서자”고 말한 영남대 시국선언단 소속 재학생 이재영 씨도 “민중총궐기 이후 ‘이만하면 됐다’는 시각이 일부 있었는데,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활동에 참여하며 학생들의 서명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현 대통령과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려왔던 대구·경북 지역의 학생들이 낸 목소리인 만큼 참여 학생들의 의지는 더욱 굳건했다. 계명대 시국선언단 ‘시국해결을 위한 계명인 모임’ 소속의 한 학생은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학내에서도 시국선언을 비롯한 시위 진행 등 다양한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본교 서문을 통해 경대교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행렬을 향해, 인근 상가에 있던 시민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홈플러스 대구점 인근을 지날 때에는 어린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행렬에 함께 참여한 시민도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40대 여성은 “집에 있는데 행진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동참했다”며 “학생들이 이렇게 나서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더 와 닿았다”고 말했다.
퇴근길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큰 도로로 행진했음에도 부상자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측에서는 도로 통제와 안전선 배치를 통해 행렬이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도록 도왔고, 곁을 지나던 행인들과 도로변의 상인들은 구호를 함께 외치며 응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학생이 공부는 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고 소리치며 인상을 찌푸리는 시민도 있었으나, 마이크를 붙든 그가 외친 ‘시끄럽다’는 말에는 ‘감사하다’는 학생들의 화답만이 돌아갔을 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2시간 이상의 긴 행진 끝에 대구백화점 앞 중앙무대로 모인 행렬은 7시부터 진행되고 있던 대구시민노동문화제에 합류했다. 얇은 우비 한 장에 의지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왔음에도, 동성로 한 가운데에 모인 학생들의 표정은 광화문에서 타올랐던 촛불처럼 밝았다.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사진: 이슬기 기자/lsg14@knu.ac.kr

▲ 지난 12일 종로타워 앞에 모여든 천여 명의 대학생들. 이후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해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 지난 18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대구시민노동문화제에 참석한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

▲ 지난 18일 경대교를 지나 동성로로 행진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의 행렬

관련태그

1586호



포토/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