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사이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이용하여 흩뿌린 모래를 손으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평범한 모래에 생기를 불어넣는 이 작업은 바로 샌드아트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메시지를 모래와 빛으로 표현하고 배경 음악을 추가하면 더 감동적인 샌드아트 작품이 된다. 샌드아티스트 하랑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이후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27살에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에 입학해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졸업 이후 영상 제작회사에 입사했으나 회사에서 지시하는 그림만 그리는 체계에 질려 37살에 ‘무작정’ 퇴사 후 본격적으로 샌드아트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서울 버스의 영상광고(얍티비)로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유로, D-5 장관급 회의 등 국제적 행사에서도 무대를 꾸미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하랑 씨를 만나 ‘샌드아트’와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샌드아티스트가 되기 전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한 것 같다. 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27살에 홍익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확실히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워낙 공부가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어서 거의 공부를 포기했었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그때는 꿈이 없어 많이 방황했다. 고등학교를 졸업 하고 바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사회에 나와 보니 제대로 된 학벌도 없고 능력도 없으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기가 죽었다. 그래서 어떤 표현도 똑바로 할 수 없었다. 그때 그림을 통해야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미술학원을 등록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하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고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새 졸업을 했다. 졸업을 하고나서 영상 제작 회사에 입사했다. 현실에 치여 살다보니 어느샌가 나를 치유하던 그림이 나를 옥죄고 있더라.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마음이 불쑥 솟아 모든 걸 접고 고향 대구로 내려와 ‘어떻게 꿈을 펼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다 예전에 샌드아트 보조를 했던 시절이 생각났고 그때의 재미있던 기억이 떠올라 샌드아티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블로그에 열심히 작품을 올리니 2012년 어느 건설회사에서 홍보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Q. 지금까지 했던 샌드아트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작업물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작업은 세월호 사고 1주기 추모행사 작업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 생각도 많이 났고 유족들의 심정 등 굉장히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작품에 많이 표현하지 못했다. 행사에서는 많은 분들이 작품을 잘 봐주셨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좋았던 작품도 있다. 지난해 1월 외교부의 요청으로 진행한 ‘요르단 한중동 협력 포럼’ 개막식 행사 작품이다. 중학생 시절 영화 ‘인디아나 존스 3-최후의 성전’에 나오는 고대 도시 페트라에 꼭 한번 가고 싶었는데 개막식을 준비하며 볼 수 있었다. 두 눈으로 페트라를 직접 보고 그곳을 표현하는 작품을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

Q. 모래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모래의 어떤 부분이 작품을 할 때 가장 중요한가?

작품에 사용되는 모래는 굉장히 입자가 작은 모래다. 굵은 입자의 모래를 사용하면 많이 흩어지고 섬세하게 작품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입자가 작은 모래를 구하고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운 모래를 구하기 위해 동해, 서해, 남해를 돌아다니며 모래 채취를 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녀보니 서해 쪽의 모래가 입자가 고왔다. 그래서 서해 쪽 모래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모래를 바로 가져다 쓰지는 않는다. 여러 번 망으로 걸러내고 또 빻아서 조그마한 바람에도 날아갈 듯한 모래로 만들어 사용한다. 모래 한 줌을 만드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린다.

Q. 샌드아트는 라이트박스를 이용하는 작품으로 알고 있다. 빛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샌드아트는 빛을 이용해서 그림자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회화 같은 경우에는 물감으로 채색을 해서 표현을 하는 것처럼 샌드아트에서의 물감은 빛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라이트박스는 백열등을 사용한다. 굉장히 밝은 색을 사용하는데 작업을 하다보면 눈이 굉장히 피로하다. 명암 표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쓸 수도 없다. 피로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밝은 백열등이 아닌 노란 빛이 도는 옛날 전구를 사용하는데도 작업을 하다보면 눈물이 많이 난다. 특히 건조한 날씨에는 눈이 많이 아프다. 샌드아트는 눈을 희생해서 만드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Q. 영감이 오지 않을 때 머리를 환기시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개인적인 노하우가 있나?

억지로 아이디어를 짜낸다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더라. 모래로 계속해서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다. 평소에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나 소설책을 자주 읽는 편이다. 특히 소설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모래로 표현한다. 또한 영화를 보고 그려보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그곳에 직접 가보기도 한다. 영상으로 보는 것과 실제 찾아가서 보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난다.

Q. 한 컷의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 화면이 빠르게 변하는 동영상 작품을 작업하기도 하는데, 어떤 작품이 작업에 있어 더 까다로운가?

한 컷 작품은 디테일을 잘 살려 그림으로 만족시키면 되지만, 동영상 작품의 경우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그림을 그릴 때 스토리만 가지고 그리면 재미가 없다.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로 바뀌는 등 연출을 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파리 에펠탑에서 시작해서 말을 타고 있는 나폴레옹을 그리고,  또 나폴레옹을 지우고 말이 마차를 끌고 있는 형식으로 그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동영상 작품을 준비할 때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 한다. 또한 그림이 이어져 가는 연출뿐만 아니라 동영상에 사용될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영상에 나오는 음악이 그림의 느낌을 많이 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악적 감각과 영상 편집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고 여러 사람의 조언도 많이 구한다.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만 그리면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이해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동영상 작업이 조금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Q. 샌드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목표나 인생의 꿈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국내에서 샌드아트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샌드아트를 잘 모른다.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분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작은 목표가 있다면 샌드아트 버스킹 공연을 해보고 싶다. 샌드아트라는 게 장비와 공간도 중요하고 야간에만 해야 하는 작업이라 많은 제약이 있어 조금은 어렵겠지만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버스킹을 접목한다면 홍보효과가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Q.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꿈은 자꾸 바뀌는 것 같다. 한 가지 꿈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을 때가 많아진다. 그러니 자기 내면에서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인 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나의 진정한 꿈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바라본 꿈이었다. 남이 ‘그건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계속 찾아 나아간다면 그 꿈을 이뤘을 때 후회도 없고 더 기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 이상봉 기자/lsb14@knu.ac.kr

글: 김나영 기자/kny15@knu.ac.kr

▲샌드아티스트 하랑 씨가 제작한 SBS 네트워크 특선 애플스토리 타이틀 영상 (출처: www.sandillust.co.kr)

▲샌드아티스트 하랑 씨가 제작한 ‘모르간 오일’ (출처: www.sandillu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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