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장 임용 이후 학내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마다 대학 자율성 침해를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단식농성, 1인 시위가 이어졌다. 이는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그 양상이 커진 것도 있다. 총장 임용 결과가 지난 2년 2개월 동안 교육부의 막무가내 대학 길들이기에 저항하며 총장 임용 1순위였던 후보자를 지지해온 교수 및 학생 등의 구성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것은 확실했다.

본지 1584호 대학기획 ‘총장 임용, 그러나 끝나지 않은 논의: 총장부재사태 정리 및 현황에 대해’가 균형 있는 보도를 하기 까다롭다고 여겼다. 그 이유는 학내 구성원마다 입장과 논점이 저마다 조금씩, 그러나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상황이 점차 호전되리라 보았던 까닭은 대의(大義)를 지키기 위한 마음은 학생, 교수, 교직원 할 것 없이 한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호 취재를 위해 지난 9일 민교협이 주최한 ‘총장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참석했을 때, 이미 신임 총장 임용 후 3주가 다 돼가는 시점에서 그 전주보다 더 큰 막막함을 느꼈다.

토론의 화두는 단연 무순위 추천방식과 재추천이었다. 그리고 가장 많이 언급됐던 단어 중 하나는 ‘책임’이었다. 책임, 지금 사태의 원인은 누구에게 있으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인가에 대한 의견 대립은 첨예했다. 혹자는 우선적으로 교수회에게, 혹자는 교수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시시비비를 가려 사태를 명백하게 밝히는 것은 이로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가 주제인 토론회에서 ‘누가 잘못했나’, ‘그땐 옳았고 지금은 틀렸다’를 가리는 데 몰두하느라 실질적 대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토론이었다. 잘잘못을 가리고 사과를 하는 것은 진작 끝냈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 짐은 누구의 몫이 될 것인가?

토론회를 통해 분열된 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학내 구성원들의 단상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었다. 또한 교수들이 대부분 자리한 토론회에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학생’에 대한 언급은 미미했다. 대학은 교수들의 직장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대학의 문제에 가장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학생들과 현 시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교수 역시 고민해야 한다.

현재 구성원들의 의견이 파편화돼 있고 문제를 보는 논점이 각기 달라, 현 총장사태가 본질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충분한 합의도, 논의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 필자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정직하게 알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느 구성원도 배제하지 않고,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학내 구성원들의 장이 열려야 한다. 따라서 발전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이뤄지려면 개인만이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모두의 것으로 공유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서현

기획/사진부 차장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