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불리는 이름이 많다. 가장 유명한 ‘빼빼로데이’를 비롯해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만든 ‘가래떡데이’, 이외에도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정한 ‘지체장애인의 날’, 국토교통부에서 사람의 다리모양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정한 ‘보행자의 날’, 대한안 과학회가 지정한 ‘눈의 날’ 등 수없이 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11월 11일은 관련 기념일 수만 10개 정도이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모양새로 인해 다양한 날의 이름을 갖게 됐다. 마케팅에 이용되기 쉬운 모양의 날짜이기 때문이지만 정작 그 속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농업인의 날’의 본질이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된 실정이다. 농민의 날이 11월 11일인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농민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금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순환적 순리를 받아들이고 자연친화적인 마음을 가져보는 하루다.

농민의 날은 원래 원홍기 전 축협 대표 등의 주도로 1964년부터 개최됐고 원 대표가 살던 강원도 원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행사에서 1996년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됐다. 쌀 소비 촉진과 고유기념일을 만들기 위해서 정부는 농민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한 지 10년 후인 2006년 이날을 ‘가래떡데이’로 홍보하고 있다. 가래떡으로 만든 궁중떡볶이, 가래떡과자 등의 가래떡을 이용한 다른 요리로 홍보하곤 한다. 그러나 올해 스무 살을 맞은 ‘빼빼로데이’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마케팅으로 꼽힌다. 앞으로는 관련시장이 최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한다. 

반대로 산업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농업, 올해는 대부분의 농산물이 풍년이지만 유례없는 가격 폭락에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빚으로 외상으로 종자를 가져와서 그것을 팔아 빚을 가린다는 농민들도 있다. 생산량이 줄었지만 기존 재고량 때문에 가격하락을 겪는 농산물도 있다. 특히 올해 쌀값은 21년 만에 바닥을 찍고 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 아침을 먹지 않고 식습관 변화로 육류 소비가 늘면서 하루에 밥 두 공기도 채 안 먹는 상황이 되면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kg에서 2015년 62.9kg으로 30년 만에 절반 이하로 크게 감소해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행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무조건 가래떡의 날을 정하고,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라고만 해서는 실질적으로 관심을 갖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의 출처를 알고 유통과정을 알아보려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농민들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우리의 건강도 챙기기 위해서 말이다. 먹거리를 되돌아보면 재배과정의 수고로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요즘은 농촌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재배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알기 어렵다. 더불어 유전자조작식품의 등장으로 그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더욱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밀가루 스틱에 초콜릿을 덧바른 빼빼로를 주고 받으며 ‘마음을 주고 받는다’는 마케팅 메시지에 현혹되기보단, 건강한 우리 식품 혹은 우리밀로 된 음식을 먹으며 농업인의 날을 기념해봤으면 한다. 또, 가공식품에 길들여진 우리가 하루쯤 자연식, 신선한 농산물을 섭취하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날로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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