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 쉽게 쓰이지 않는다. 밤비 속살거리는 새벽, 신문사에 홀로 남아, 다음 주에 발행될 신문을 걱정하며 칼럼을 쓴다. 학교도 시민들도 사이비 종교인이 국가사업을 좌우했다는 것에 분개했고 그런 정부 하에 2년 2개월여간 학교의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구성원들이 느꼈던 치욕감은 임계점을 넘어선 듯하다. 단식, 성명서 발표에 시국선언이 이어진다. 총장임명 사실만 보도해도 구성원들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구성원들은 1·2순위에 의미를 두고 선출한 총장후보자들로 여겼지만 정부는 자신의 입맛대로 선정과정을 뒤흔들었다. 사실을 보도해도 특정사실 보도가 되고, 사건에 대한 피상보도는 본질을 흐리고 가린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섣불리 특정 입장을 표명하기엔 구성원들이 느끼는 수치의 근원이 첨예하게 갈린다. 본질은 정부, 교육부의 판에서 놀아났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총장후보자 선정 이후 후임총장이 정해지지 않았던 시기 당시 편집국장이 썼던 칼럼 제목은 ‘총장을 위한 대학는 없다’였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대통령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말하고 싶다. 온 나라가 지금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정치, 경제를 주무르는 한 여자의 손에 놀아났다. 국가의 대의명분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대학은 학내구성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본교는 어느 순간부터 지역명문대학으로서의 위치에서 벗어난 대우를 받고 있다. 지방대학. 거기 갈 바에야 서울에 있는 중하위권을 가라는 이야기가 만연한 것은 근본적으로 국가가 본교에 그런 대우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본교가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보단 학교의 대표와 돈줄을 거머쥐고 쥐락펴락해 왔다. 각종 사업지원을 빌미로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그 순간부터 비극은 예고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가 목소리를 내고 강경하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비판을 듣곤 했다. 

팩트만 나열하는 객관주의 지향 언론이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독자들을 소외시킨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좋지 않다. 사실 역사를 기록하기만 하기보단 환경을 감시하고 나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을 독자들은 원할지 모른다. 공익을 대변하는 대리자역할을 잘 수행해야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공익 추구에 대한 본지의 고민이 그동안 깊지 않았음은 반성한다. 올 초 좀 더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던 말도 잘 지키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보도에서 마냥 특정 입장을 취하기에는 본지가 아닌 학내 정치집단, 교수회, 학생회, 일반교수 등의 의견이 너무 첨예하게 달랐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별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런 가치판단을 하기보다 본지는 최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다. 본지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면 직접 연락을 주시고 글을 보내주셔도 좋다. 그런 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총장 취재에 있어서는 계속 추적보도를 하겠다. 무거운 사안일수록 흥분하고 분개하기 보단 자세히 파고드는 언론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

최지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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