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11월 3일은 1929년 광주에서 학생들이 주도하여 조선의 독립, 식민지 노예교육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이듬해 3월까지 들풀처럼 전국적으로 벌어진 학생시위운동을 기억하기 위해 국가에서 제정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이 기념일은 학생들의 순수한 참여와 저항, 실천과 행동의 의미를 지금 이 순간에서 학생들이 되새겨보는 의미 있는 날일 것이다. 즉 국가와 사회의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학생들이 각자 주도적으로 미래의 변화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10월 31일 현재, 대한민국은 대통령으로 인해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송두리 채 뿌리 뽑히고, 국민의 주권은 참담하게 짓밟히는 기막힌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교육부는 2년 2개월 동안 본교에 총장이 부재한 상황을 책임지지 않고 1순위를 거부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헌법 제31조에 보장된 대학자율권이 부정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위기를 초래한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그 중 하나가 우리들의 침묵 때문이다. 현재 경북대 본관 로비에서는 영어영문학과 손광락 교수가 ‘경북대와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내 책임이다'라는 구호를 걸고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이어서 총학생회장 역시 단식을 시작했다. 손광락 교수의 경우, 쇼크를 일으켜서 병원에 후송되었다가 다시 돌아와 본인이 스스로 약속한 7일간의 단식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불의에 침묵했던 나의 각성, 경북대 구성원의 각성을 촉구하는 단식인 셈이다. 현재 교육부와 대한민국이 초래한 현실은 불의를 보면서도 눈감아 버린 채 행동하지 않고 침묵했던 '나'들, 즉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횡포에도 눈을 감고 침묵했던 나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통해 실천적 행동을 촉구하는 있는 것이다. 

그 침묵이 얼마나 부끄러웠던 것인지를 각각의 '나'들, 우리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저항과 행동으로 상징되는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의 정신일 것이다. 그 정신이 해방 후에도 학생들에게 이어져 독재정권이 타도되고, 대학의 민주화가 쟁취되었고, 인권과 자유의 보장 등이 실현되어 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나만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었고,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의 노예가 되어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만 움직이고 있다. 우리들의 모든 삶이 나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내가 속한 공동체의 바람직한 이상적인 모습 그리기에는 참여하지 않고 침묵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경북대학과 대한민국이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경북대와 대한민국 역사에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각자 학생들이 행동해야 할 때이다.

역사의 물줄기는 젊은 학생들이 바꾸었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기로에 서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헌법 1조를 다시 세울 것인가, 아니면 독재의 시대로 퇴보하는 것을 마냥 바라보면서 계속 침묵할 것인가? 경북대가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부당한 권력에 계속 자율성을 침해당할 것인가? 그 해답은 ‘나’들 즉 경북대 학생, 더 나아가 경북대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경북대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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