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오래전부터 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일본의 소바는 에도시대부터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탈리아의 파스타도 포크가 발명되기 전까지 그저 손으로 ‘툭’ 집어먹는 대표적 서민음식이었다. 아마 구하기 쉬운 재료와 쉬운 조리법, 싼 가격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국수로 허기를 채우며 여타 음식과는 또 다른 정을 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수는 친근한 음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대구는 국수 소비량이 전국에서 최고일 정도로 특별한 애착을 보인다. ‘누른 국수’는 그런 대구를 대표하는 국수 요리다. 누른 국수는 맛국물을 쓰지 않는 안동의 ‘건진 국수’와는 다르다. 보통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얇고 널찍하게 밀고 겹쳐 가늘게 채 썬 다음 멸치 맛국물에 넣고 끓인다. 누른 국수의 인기는 60~70년대 분식 장려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올랐다.

기자는 직접 누른 국수를 먹으러 서문시장으로 갔다. 서문시장에서 국숫집을 하는 노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원주 할미 손맛, 화숙이네, 성주 할미 등 이름도 소탈한데다 따로 맛집도 없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칼국수’를 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한 번에 세 그릇을 시켜도 오래 기다리는 일 없이 10분 정도만 앉아 있으면 뜨끈뜨끈한 국수가 나온다. 신기하게도 누른 국수를 먹으러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국물을 한번 맛보고, 간이 안 맞으면 눈앞에 있는 간장을 더 넣으면 된다. 한 젓가락을 건져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쫄깃쫄깃한 잔치국수 면과는 달리, 누른 국수의 면은 술술 넘어가는 맛으로 먹는다. 면을 한 젓갈 넘기고 함께 나온 김치를 입에 집어넣으면 그 순간만큼은 뭉티기도 부럽지 않다.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의 국수는 멸치 맛국물로만 육수를 낸다. 이 때문에 누른 국수의 국물은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15분도 안 돼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서, 가격을 물어봤다. 학식 중간 가격인 3500원이란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울적할 땐 버스를 타고 서문시장에 가서 “아줌마 칼국수요!”하고 외쳐보자. 지갑도 두렵지 않고, 속도 시원하게 달래줄 누른 국수를 먹을 수 있다. 

▲갓 나온 누른국수. 면 위에 올라간 배추 고명이 왠지 모르게 먹음직스럽다. 

글·사진: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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