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예산은 적정하게 사용하는지 법은 잘 준수하는지 등을 감시 비판하는 것이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계속되는 이번 국정감사는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워 보인다. 이러한 관심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진?태풍 등 재난에 대한 늑장대응 등 법이나 제도가 미흡한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여당과 야당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문제로 대립하였고 이 과정에서 단식과 시위, 형사고발 등으로 서로 대치하면서 제20대 국회 국정감사가 파행됐다. 이러한 대치상황에 국민여론은 갈수록 나빠졌다. 여당이 단식을 중지하고 국정감사에 임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국정감사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끝없는 대립과 갈등으로 국정감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진전 없는 상황을 보고 있으니 답답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려고 인터넷 창을 켰는데 이게 웬걸, 국정감사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개그맨 김제동 씨가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나도 놀랐다. 기사를 보니 과거 김제동 씨의 발언이 군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발의한 의원이 무슨 의도로 이야기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의였다. 북한 핵 실험과 사드 배치 문제 등 다뤄야 할 사안이 정말 많을 것인데 국정감사에서 꼭 김제동 씨의 이야기를 했어야만 할까? 단순히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사례 말고도 이해할 수 없는 국정감사가 또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 MS(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 구매에 관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이다. 이는 업무용 컴퓨터 프로그램인 MS오피스와 아래아한글을 서울시 교육청에서 일괄 구매한 것을 문제 삼았고, 또한 관련 프로그램을 공개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통해 계약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상호간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서로 논의가 오고 갔지만 여당의 의원은 답변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이 자리가 어느 자리인데 나와서 거짓말 증언을 하는가?”라며 “교육감은 자질이 안 됐다. 사퇴하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파악도 중요하지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태도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종의 쇼처럼 보였다. 지적 뒤에는 대안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특정 주제에 대하여 비판을 하라고 하면 누구나 비판은 잘할 것이다. 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안 없는 비판은 그 의미가 퇴색된다.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보이는 자기의 위세를 당당하게 보이고 큰소리치며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 국정감사가 아니다. 한 조직의 장이 아이들처럼 큰소리친다고 해서 말을 듣겠는가? 

아직 국정감사가 2주 정도 남았다. 아직 밝혀야 하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은 정확히 사건들의 진상을 밝혀, 잘못된 것은 바로 잡을 수 있는 국정감사가 되길 바란다.

이상봉

대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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