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개막은 한 해의 봄을 알리는 함성이다.’ 2016년의 화창했던 봄을 지나 어느덧 10월의 선선한 바람은 가을야구를 기다리는 야구팬들의 흥을 더 돋우기에 충분하다.

며칠 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새롭게 문을 연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즈의 야구경기를 보러 갔었다. 학교에서 출발해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가니 멀리서부터 한눈에 삼성라이온즈 파크가 보였고, 가까이서 보니 그 모습은 훨씬  더 대단했다. 매표소 앞에는 삼성과 NC의 야구팬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고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한데 모여 야구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야구장을 갈 때면, 가기도 전에 벌써부터 야구를 볼 생각에 흥분된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야구를 즐길(응원할!) 생각에 흥분된다는 말이다. 야구장 안을 들어가면,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투수와 타자의 숨 막히는 신경전은 사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물론, 라디오중계에서 듣던 명쾌한 해설은 들을 수 없음이 당연하다. 하지만, 커다란 넓은 경기장을 꽉 채우는 사람들의 응원소리는 이 모든 것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야구장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나처럼 친구들과 함께 야구를 보러온 대학생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두 손을 잡고 야구를 보고 있는 모습하며, 양복도 채 벗지 않은 회사원 아저씨 한 분이 한 손에는 맥주를 쥐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치킨을 든 채 홀로 야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야구장 곳곳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데 모여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모습은 오직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응원‘문화’가 있다. 재작년에 뉴욕타임스는 ‘한국 야구, 떠들썩한 함성과 오징어(In Korean Baseball, Louder Cheers and More Squid)’란 제목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를 소개하는 기사를 국제면 톱뉴스로 보도했을 정도이다. 선수들 개인마다 응원가를 만들어서 다함께 따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점점 더 다양해지는 응원봉과 응원머리띠 등 각 구단의 특색을 드러내는 응원도구들은 야구 팬들을 더 열광하게 하고, 또 이들을 하나로 모은다. 

특히 롯데자이언츠의 상징인 ‘주황색 봉투’가 응원도구로서 임팩트를 줄 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 쓰레기봉투로서 활용된다는 점이 한국 야구 응원문화가 단순히 시끌벅적하고 문제점이 있다는 시선에 대해 우리의 ‘응원문화의 성숙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아닌가 싶다.

▲ 필자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촬영한 사진. 경기와 더불어 한창 응원 중인 관중들의 모습이다.

백선경

 (사회대 정치외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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