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부재 상황이 곧 마감되리라는 희망이 가을 캠퍼스에 가득하다. 2년간 안팎으로 어려운 가운데 경북대학교가 이만치라도 꾸려져 온 것, 특히 각종 연구비 및 국책사업 경쟁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낸 것은 대학 구성원 모두의 역량과 노력이 뛰어난 가운데 리더십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라 여긴다. 

우리 대학의 교수들은 2015년도에만 2,848개 과제 1,466억원의 외부 연구비를 따냈는데 이는 전국 7위, 국립대 1위라는 좋은 성과이다. 2016년 경북대는 각종 재정지원사업 경쟁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냈다. 장기사업인 SW중심대학 120억원, 밭농업 기계연구센터 100억원을 시작으로, 3년 사업인 대학인문역량(CORE) 84억원, 산업연계교육(PRIME) 138억원을 낚아챘다. 고교교육정상화 9억원, 실험실안전 13억 원에 뒤이어, 대학특성화(CK) 중간평가 등을 거쳐 연간 65억 원을 지원받게 되었으며, 9월에는 국립대혁신지원(PoINT) 7억원의 화룡점정으로 마무리했다. 받을 수 있는 돈은 거의 다 받았다 농담할 정도인데, 우리 모교에는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더 멀리 보고, 또 국립대학 전체를 생각하면 자축만 하기 어렵다.

우선 살림살이의 절대 규모가 여전히 미약하다. 학령인구의 대폭 감소는 널리 알려져 있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경제규모에 걸맞는 고등교육투자가 안되고 있다는 점도 뉴스가 아니다. 특히 국립대의 경우 심각한데, 2015년 대학회계 개편 이후 교직원의 직간접 피해도 있었지만 전반적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 등 재정여건은 매우 우려스럽다. 입학정원 감축, ‘반값 등록금’에 국가장학금 등 이를테면 3각, 4각 파도 상황이다. 예컨대 경북대의 대학회계 규모는 3천억원을 넘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빼면 재량사업에 쓸 돈은 400억원 남짓인데, 당장 2017-19년에 46억원, 38억원, 80억원이 모자라는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예상된다.

국립대는 국가가 설립 경영한다. 전국 대학 10개 중 8개가 사립이라 어느 쪽의 목소리가 더 큰지는 자명하지만 국립대 고유의 특성과 사명은 사실인 동시에 규범이다. 기초/보호학문의 유지 발전, 서민/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고등교육 기회 부여, 지역균형 발전 등이 그러하다. 국립대학회계법은 국가가 국립대를 “안정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상당수 국립대의 경우 올해 재정사업비를 거의 따지 못했는데, 국가가 다수 국립대를 보듬지 못하면서 법을 어긴 결과가 되어 버렸다.

대학재정의 자율성 문제도 심각하다. 사립대는 설립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연구는 물론 학교경영 측면에서도 훨씬 탄력적이지만, 공무원인 국립대 교직원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다른 맥락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재정분권 이슈를 참고할 만하다. 세입이 절대 부족한 지방정부의 중앙 의존은 매우 심각한데, 수많은 국비보조사업에 매달리다 보니 지역에 꼭 필요한 일보다는 중앙부처가 원하는 사업에 대응재원(matching fund)을 우선 투입하는 구조가 되었다. 학생들이 모여 짜장면을 시켜먹으려던 참에 선생님이 나타나 치맥을 주문해 준다고 할 경우, 누가 치맥값을 내야 하는가? 이 땅에서는, 선생님이 생색만 내고 사라지거나 짜장면 값 이상을 학생들더러 더 내라 강요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로서는 돈을 더 낼 줄 알았더라면 짜장면으로 충분히 만족했거나 치맥 돈을 받아 삼겹살을 택할 수도 있을 터인데,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왜곡된 셈이다. 초중고 현장에서 교과목, 수업시간,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현저히 부족한데 국립대의 경영이 크게 다를까? 국공립 종합대학 26개의 재정 자율성은 매우 제한받는데, 이 중 21개교가 수도권 바깥의 ‘지방대학’이다. 대학마다 재정사업 경쟁에 목을 매는 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 모두들 짜장면과 삼겹살 대신 치맥이 최고라며 주머니 돈도 보태는 모양새가 아닌가.

오랜 숙원인 대학재정의 안정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대학의 규모/성격, 지표 영역별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 고정 교부금을 ‘큰 덩어리’로 지원 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다. 재정지원의 편중, 학문간 불균형, 사업의 우선순위 왜곡을 막기 위해 적어도 2013년 이전의 포뮬러 펀딩 방식으로 복귀해도 괜찮다. 지나치게 파편화된 사업, 평가 잣대의 공정성을 고려하여 여러 사업을 통으로 묶으며 대학을 믿어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교육부 공직자들의 역량과 열정은 인정하지만, 중앙관료의 ‘비극적 총명함(tragic brilliance)’이나 정부의 에너지 낭비는 불필요하다. 계제에 국/사립대의 재정지원 틀 자체를 완전히 분리하자는 의견도 검토할 만하다. 국립대 재정의 안정화, 자율화가 절실하다.

이시철 교수

(기획처장/ 행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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