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다. 2016년 국가청렴도에 따르면 한국은 체코공화국과 함께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조사대상국 168개국 가운데 37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청렴도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국가들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처럼 국민 행복도가 높고, 사회보장이 잘 마련된 나라들이다. 미국이 76점으로 16위, 일본이 75점으로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우리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본받으려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무려 20점이나 뒤처져있는 것이다.

한국의 부정과 부패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 만연되어 있다.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강직해야 하는 검사와 판사의 뇌물수수와 비위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경련과 지배 권력과 정파의 추악한 거래 역시 뿌리 깊은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이 법인세 인하나 현상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공짜점심은 없는 법이다. 종교계와 언론계의 보도되지 않는 허다한 비리와 부정부패는 덧붙일 필요조차 없을 터. 상황이 이럴진대 국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경미한 추돌사고만 나도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 상상이상의 진단서를 발급받고 가짜환자 노릇하며 피해보상금을 뜯어내는 사람들. 어떻게든 장애등급을 올려서 혜택을 받으려 기를 쓰는 사람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짜내는 자영업자들과 변호사들과 병원장들. 100명이 상속을 받으면 단 2명만 상속세를 내는 이상한 나라. 국민들 모두 돈에 눈이 빨개져서 최소한도의 도덕성이나 양심마저 저당 잡혀버린 추악한 부패천국 대한민국.

이런 나라와 이런 국민을 법으로 다스리고자 등장한 것이 <김영란법>이다. 부정과 부패와 타락이 법률로 다스려질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매우 천진난만한 자들이다. 한국인들의 그 뛰어난 머리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3-5-10’으로 구체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큰 도둑들은 수수방관한 채 촘촘한 그물망으로 피라미나 새우나 멸치를 잡겠다고 설쳐대는 꼴은 가관이다. 범고래와 악어, 늑대와 하이에나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젠 정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와 함께 생각할 문제는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을 이간질하여 그나마 남아있던 캠퍼스의 정리(情理)를 확실하게 끊겠다는 법의 의지다. 지난 9월 28일 첫 번째 신고자는 깡통커피를 교수에게 주었다고 동료를 신고한 대학생이었다. 교수도 청탁을 두 차례 받게 되면 해당학생을 신고해야 한다. 학생이 교수와 학생을 신고하고, 교수가 학생을 신고하는 대학사회에서 어떤 교육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대학을 감시사회로 만들어 학생이 교수나 동료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법안이 어떤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궁금하다.

법은 강제성을 가진 국가의 강력하고 날카로운 무기다. 이런 무기는 최대한 숨겨두고 쓰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법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회복하고 도덕성을 고양하며 서로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돈과 권력과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지배층의 부패와 타락이 정확하게 응징-처벌된다면 <김영란법> 같은 무능한 법안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것이다.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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