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Killer’는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이 만든 학술 동아리로, 말 그대로 EBS 영어 연계교재를 수험생들 대신 죽여주겠다는 이름이다. 단순히 EBS 영어 교재를 공부하는 동아리로 본다면 큰 오산. 그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분량을 분석해 새로운 교재를 만든다. 어떤 문제가 까다로운지, 변형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고3 수험생들을 위한 정성 가득한 마음이 느껴졌다.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지원금 500원도 자신들에게 써본 적 없다는 EBS Killer의 다섯 팀장들을 만나봤다●

Q. EBS Killer 활동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창현: 고등학생 때는 대학 진학을 위해 봉사시간을 쌓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학교에서는 진정성 있는 봉사를 하고 싶었다. 공강 시간 효율도 같이 고려해서 EBS 영어 연계교재 분석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연말파티에서 다 같이 “어, 재밌겠는데?” 하면서 시작했다.

Q. 분석교재를 만들기 위한 작업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승우: 5개의 팀에서 책 한 권을 다섯 등분해 괜찮은 문제를 뽑아 분석한다. 그렇지만 마감 때 각자의 몫이 본인들이 보기에는 완벽하다 싶어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 팀끼리 돌려가면서 수정작업 거치고 완성한다.

Q. 연계교재에 문제가 상당히 많은데 분석교재에 실릴 문제를 뽑는 기준은

효은: 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다들 수능 공부를 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중요한지, 어려운지 알 수 있다. 회의하면서 공통되는 부분이나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는 문제, 수능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 변형가능성도 따져 가면서 선별한다.

Q. 학부생이기에 전문성에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데

창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빼고 있다. 저희 책을 받은 학생에게 안전장치로 카페 가입을 무조건 하라고 한다. 다행히 내용 오류는 한 번도 안 나왔지만 저희도 사람이니 오탈자나 내용 오류가 있으면 꼭 카페를 보라고 한다.

또한 우리의 주목적은 책의 전문성보다는 본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책 뒤쪽을 보면 간단한 글도 적어주고 ‘이건 이렇게 되는 건데, 열심히 할 수 있지?’식으로 말투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설을 달았다.

Q. 학교를 방문하면 분위기는 어떤지

지연: 책을 나눠주러 모교를 방문하면 우리가 아무 말을 해도 “오~” 하는 반응도 나오고 호응도 잘 해준다. 내가 만약 고등학생이었을 때, 학교 선배들이 와서 이런 책을 전달해줬다고 상상하면 아마 비슷한 반응이었을 것 같다.

Q. 총동아리연합회가 주관한 ‘챠밍 학술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참가 계기가 따로 있었는지

창현: 가장 큰 이유는 지원금 때문이었다. 교재 제작비 마련을 위해 동아리 지원금, 학과 지원금에서 음료수 500원짜리도 사먹은 적이 없다. 지원금을 받아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참가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상금으로 1학기 때 책을 만들었다.

항상 지원금 문제에 대해서 같이 발로 뛰고 알아보고 있는데, 이번에 운이 따라줘 CORE 사업단학술동아리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기도 했다. 무엇을 하든지 좋은 뜻이 있고 열심히 하면 누구든 도와주려하는 것을 느꼈다.

Q.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승우: 고3 학생들에게 수능은 정말 중요하다. 처음 시작은 가벼웠어도 책 한 권이 나오고 이걸 기대해주는 고3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애착이 생겼다. 또 저희가 잘못했을 때 친구들 수능을 비롯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책임감도 생겨서 더 열정을 가지고 하게 된다.

Q. EBS Killer만의 의의를 꼽자면

효진: 똑같이 수험생 시절을 겪었기에 지금 수험생들이 얼마나 힘든지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말투도 친언니, 오빠처럼 친근감이 와 닿을 수 있는 말투로, ‘우리가 잘나서 도와준다’가 아니라 이 친구들이 본교에 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만들고 있다.

승우: 요즘 기업에서 봉사나 재능기부를 할 때 많이 보는 게 선순환구조라고 한다. 그 친구들이 대학교에 왔을 때. 특히 우리 과에 왔을 때 이 책이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그 학생이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해서 책을 나눠주게 된다면 이것도 선순환구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창현: 매년 입시가 바뀐다. 매해 달라지긴 하겠지만 저희는 연계교재를 모두 분석하는 게 목표다. 어떤 분이 01호가 나왔을 때 저희한테 “01호? 여기 써 놓은 거 보면 몇 호까지 자신있나보지?”라고 말했다. 처음에 힘들게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몇 십, 백호까지 가서 학교와 같이 이어가는, 봉사정신이 계속 남아있는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다.(웃음)

▲ 왼쪽부터 인문대 영어영문과 박창현(15), 이지연(15), 신효은(14), 신효진(15). 허승우(15)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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