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3일 북문에서 진행된 본교 동아리 ‘익스프레션’의 버스킹 공연

길을 걷다 보면 귓가에 미묘한 진동음이 들린다. 걸음을 계속하면 그 진동음은 어느새 비트가 되고, 멜로디와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아니나 다를까 그 중심에는 버스킹이 한창이다. 길거리 소음이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괜히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사실이다.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내 가슴 한구석도 뜨거워진다. 주로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것을 버스킹(busking)이라 하고, 이런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버스커(busker)라 한다.우리나라에서는 거리문화가 정착된 곳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런 문화를 받아들인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버스킹을 흔히 볼 수 있다. 해외에는 한국 버스킹과는 달리 대중가요 외에도 순수 음악으로 공연을 하는 버스킹이 상당히 많다. 유튜브 검색을 조금만 해 봐도 일렉트로닉 기타, 베이스 기타 등 현대 악기뿐만 아니라 첼로, 트럼펫, 색소폰 등으로 거리공연을 하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실력에 꼭 명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길거리 악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실력자들이 많으니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국내에는 많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로 인해 밴드 음악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그저 음악을 사랑할 뿐인, 그러나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거리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실력 있는 밴드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다. 그런 이유 때문에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을 의미하는 버스킹의 의미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변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성세대에게 거리음악은 서러움과 한스러움의 이미지로 느껴진다. 과거 생활고에 짓눌려 예술적 재능을 표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린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세대를 겪은 중장년층들이 현대에 실력을 갖추지 못한 버스커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느껴진다.이렇게만 말하면 마치 버스킹이 단점뿐인 소음공해인 것 같지만, 분명히 장점도 있다. 일반 행인들에게 버스킹의 장점을 묻는다면, 공짜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을 것이다. 그저 길을 걷다가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들릴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즐기면 된다. 악사의 팁 박스에 돈을 넣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이런 장점 외에도 버스킹은 존재 그 자체로 하나의 매력이 된다. 아무것도 없는 밋밋한 거리에 실력 있는 밴드가 공연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모이고, 그 공간에는 활력이 생긴다. 또 버스킹은 무명 음악인들에게는 중요한 홍보수단이 된다. 점점 치열해지는 음악 시장에서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으로 관객을 맞이할 수 있는 버스킹은 무명 음악인들에게 하나의 희망일 것이다.봄에는 벚꽃을 보러 나온, 여름엔 더위에 지친, 가을엔 감상에 젖은, 겨울엔 크리스마스로 들뜬 사람들을 위해 거리의 악사들은 오늘도 악기를 쥐고 거리로 나선다. 길을 가다 그들의 음악에 끌린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김동원 (IT대 전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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