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遊戱)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있다. 일컬어 ‘호모 루덴스’라 한다. 유희가 문화에서 파생한 것이 아니라, 문화에 유희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유희와 문화는 상관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유치한 놀이부터 어른들의 고급한 유희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유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축제는 이런 유희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예부터 축제라 함은 그 나라나 지방 혹은 사람들의 생활과 뿌리 깊게 연관되어 만들어지고 발전해왔다. 유럽과 일본에 수백 년 전통의 축제가 있음은 그런 연유(緣由)다. 쾰른과 뒤셀도르프 같은 도이칠란트의 라인강 유역 도시에서 해마다 이뤄지는 카니발은 추운 겨울을 몰아내고 봄을 맞이하려는 민간의 풍습이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실정은 어떠한가?!대구에만 최소 7-8개 축제나 페스티발이 있다. 한방문화축제, 칼라풀대구 페스티발, 치맥축제, 대구 오페라축제, 동성로축제 이 가운데 대구의 전통이자 자랑거리인 약령시에 기초한 한방문화축제를 제외하면 족보도 없는 것들이 페스티발과 축제의 이름으로 난립하고 있다. 더욱이 겨울을 제외하고 매달 열릴 정도로 잦은 축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시민들이 어떤 축제가 어느 시기에 무슨 목적으로 얼마 동안이나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다. 대구의 축제는 장사꾼과 시청 공무원들의 합작품이다. 돈벌이가 아쉬운 상인들과 전시행정에 익숙한 구태의연한 공무원들이 손잡고 주구장창 놀고먹고 마시는 게 전부다. 거기에 각종 소음과 쓰레기가 덤터기로 보태진다. 이것은 축제가 아니라 민폐다.역사적으로 돌이키면 대구 관덕정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다. 서양의 근대가 밀려오던 암울한 시기에 스러져가는 국운과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려다 처형당한 곳이다. 해마다 적잖은 일본인들이 관덕정을 찾아오지만, 변변한 시설물 하나 없다. 일본인들마저 동학이 가져온 시대사적인 의미를 반추하지만 우리는 술 먹고 노는 게 고작이다. 관덕정의 사적 의미를 고찰하고 반추하는 조용한 축제를 기획하면 어떨까?!축제라 함은 지난 한 해를 돌이키고 다가올 날들을 사유하는 대동의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거의 모든 축제는 술과 노래와 고기와 방탕으로 일관한다. 거기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고, 오직 지금과 여기를 최대한 즐겨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졸렬한 군중과 열등한 상혼(商魂)과 도시예산을 물 쓰듯 쓰고자 하는 관리들만 횡행한다.제대로 된 축제 하나만 있어도 그것으로 이미 족한 내실 있고 의미 있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과 어우러지는 역사성과 시의성을 가진 축제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회성과 장삿속, 전시행정의 표본을 구현하기 위한 축제라면 이제 과감하게 작별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축제인지 사유하지 않는 축제라면 당장 그 굿판을 때려치워야 한다.시민들의 세금을 엉뚱한 곳에 축내지 말고 폐지(廢紙)나 빈병을 주우려 거리를 떠도는 허다한 노인들의 밥과 연탄을 위해, 헬조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독거노인들과 행려병자들의 치유를 위해, 노숙자들을 위해 예산을 소진(消盡)하기 바란다. 이제는 의미 없는 축제와 작별하자. 정말로 근본 없는 축제를 폐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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