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ze the Drawell. 바람 풍(風) 자를 일본어로 발음하면 ‘카제’다. 본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며 purpura ethics 소속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정재륜 씨는 “장동건 나오는 영화 ‘마이웨이’ 보다가 일본군 카미카제의 뜻이 궁금해졌는데, 찾아보니 카제가 바람이었다”며 “내가 추구하는 음악세계랑 잘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이라 말했다. Drawell은 그가 아트 워크 작업을 함께하는 팀의 이름. 그의 이름에 그 자신과 그의 음악세계, 미술세계가 모두 담겨있었다. 하고 싶은 음악만 하며 살고 싶다는 순수한 ‘바람’같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지 궁금하다. 중3때 TV를 그냥 보고 있었는데 지드래곤이랑 빅뱅 노래들이 나와서 ‘와 멋있다’ 했다. 지드래곤이 랩 하는 게 너무 멋있어서 처음 힙합을 들었는데 지드래곤의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게 되면서 ‘아 이 장르는 되게 매력 있는 장르구나’, ‘나도 해보고 싶다’ 생각해서 헤드셋으로 녹음을 시작했다. 고1때부터. 그때 이후로 쭉 해오고 있다.

Q. 처음 음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지인이나, 가족 등.엄마아빠가 되게 반대하셨다. 너는 공부하기도 버거울 텐데 무슨 음악이냐고. 고등학생이었으니까. 그래도 반항심에 계속 했었는데 어느 날은 아빠가 새벽에 주무시면서 제가 녹음을 하는 소리를 듣고 너무 시끄러워서 일어나셨다. 저를 되게 꾸중하셨다. 내 생각은 그때 ‘그만 둘 이유는 없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데. 대신 부모님이 이해할 수 있게 좀 더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입지가 생기면 보여드려야겠다’였다. 결국 아빠도 어느 순간부터는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데 부모님이 도와야지’하고 녹음장비까지 마련해주셨다.

Q. 시각정보디자인학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는? 원래 대학교 올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음반 커버를 봤는데 ‘이것도 다 누군가가 만들어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봤던 게 스윙스 앨범의 자켓 이미지였는데 너무 대충 만든 거 같았다. 이것도 직접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시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Q. 현재 소속되어 있는 크루 Purpura Ethics와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었나?고등학교 때 음악하다 만난 sec paul이라는 친구와 현재 Purpura Ethics에 같이 소속되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 친구를 통해 Khundi Panda라는 친구가 크루를 만들기 위해 음악색이 맞는 친구를 찾고 있는데 제 음악을 듣고는 연락을 해왔다.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해서 사람들이 듣기에 ‘이런 음악도 잘하고 기존 힙합도 잘하네’하는 집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Purpura Ethics 크루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초기 멤버다.

Q. 지난달 20일에도 신곡을 냈다. 작업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악상이 떠오르면 친구 비트든 누구 비트든 멜로디는 어떻게 쓰고 가사는 어떻게 쓰자 하고 녹음을 바로 한다. 이렇게 꾸준히 작업을 하는데 마음에 안 들면 다 지워버린다. 최근에 낸 건 어느 정도 괜찮다 해서 낸 거다. 녹음은 자취방에서 하고 가사 쓰는 건 길 가면서도 하고. 과방에서도 음악 듣다가 이거 좋다 하면 거기다 한번 써보고.

Q. 본인이 하는 음악에 담기는 본인만의 색깔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제 음악은 ‘pure’, 순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믹싱도 EQ에서 하이를 별로 안 높인다. 제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귀로 듣게끔 하고 싶어서. 멜로디도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거라, 어떤 사람은 촌스럽다고 하기도 하는데. 난 누가 뭐라 하든 난 이렇게 할 거야 하는 주의다.

Q. ‘인정받는 뮤지션’이라는 말에서 인정의 기준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인정에 대한 내 기준은 내가 하는 음악이 어느 순간 <쇼미더머니>처럼 한순간의 계기 때문이 아니라 계속 듣던 사람이 ‘이 음악 정말 좋다 해서’ 입소문을 타고 많이 알려져서 점차 인정을 받고 인지도가 높아지는 그런 거다. 굳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서.

Q. 음악 활동에 있어 전공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지? 그런 부분들처럼. 전공이랑 제 음악이랑 합쳐서 졸업전시회 등의 전시회에 내 음악을 깔고 음악의 분위기에 맞는 디자인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서 전시하고 싶다. 전공이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기보다는 음악이 전공에 영향을 많이 끼친 거지.

Q. 최근 한국힙합은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의 경연 프로그램이 부정할 수 없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주위에서 <쇼미더머니> 나가보라는 말을 한다. 나는 나갈 생각이 없다. 그건 ‘한때’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보면서 ‘아 저 사람은 음악을 잘한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뮤지션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각본이 있는 ‘예능’이니까.

Q. 앞으로의 음악적 목표나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사람들이 많이 들어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디자인 쪽으로 취직했을 때도 음악은 절대 손에서 안 놓을 거다. 제 꿈이 랩하는 디자이너다. 우선순위를 둔다기보다 둘 다 같이 하면 최고지. 랩 하는 디자이너나 디자인 하는 래퍼. 내 롤모델이 RAW DIGGA라는 분이다. 랩을 하셨었는데 디자인도 하신다. 그래서 그 분 보고 아 이 사람을 롤모델로 잡고 정진해야겠다 했었다. 내 목표는 그거다.

▲ 공사 중인 예술대학 건물 안에서 원하는 분위기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자를 안내했다. 익숙한 듯 포즈를 취해 보이는 래퍼 정재륜 씨.

글·사진: 김나영 기자/kny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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