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비 편성은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회칙 15장 제 91조 “(재정시행세칙) 기타 재정에 관한 세부사항은 재정시행세칙에 따른다.”에 의거하여 학생회비 세입세출 편성원칙(재정시행세칙)에 따라 배정한다.’재정회의 때 교부되는 학생회비 세입세출 편성안(이하 편성안) 가장 첫머리에 주어진 글이다. 현재는 유실되어 존재하지 않는 재정시행세칙에 의거한 회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회의는 근본이 없다. 회칙 개선 TF가 재정시행세칙을 새롭게 제정하기 위해 힘쓰고 있긴 하나 해당 세칙은 엄연히 인준 받지 않은 하나의 ‘가안’일 뿐이다. 말 그대로 졸속 행정이다. 회의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회의에 참석·참관한 30여 명의 사람들을 40분 가량 기다리게 하는 것은 회의 시작 전부터 누군가의 짜증 섞인 ‘회의 언제 시작되나요?’하는 말을 툭 튀어나오게 만들었지만 ‘졸속’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1원도 틀려서는 안 될 재정회의 편성안에서 오류가 난 숫자들이 자리하고 있다든가, 열심히 발언하는 두 세 명 이외에는 죄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든가, 상주캠퍼스에 배정된 3,538,896원을 상주위원회에는 나눠주지 않고 상주캠퍼스 단과대학들에게만 나눠주겠다는데도 다들 동의한다고 손을 들어 만장일치로 의결해버렸다는 것들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다들 회의장을 떠났을 때 한 위원만이 남아 ‘상주위원회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문제’를 드디어 지적했고, 비상이 걸렸다. ‘방금 내려갔으니 다시 불러오자’, ‘내일 한 번 더 하자’ 등의 의견이 오고가던 총학생회실에서 ‘에잇, 상주위원회에서 온 위원은 자기들 돈 안 챙기고 뭐했어? 바보 아냐!’하는 누군가의 말이 탁 터졌고 그의 근처에는 상주위 위원이 연락을 받고 급히 돌아와있었다. 그 말을 상주위 위원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웃지 못 할 해프닝이었다. 19일 재정회의에서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1학기와 2학기의 회계가 달라 섞어쓰기가 힘들다”고 말했으며 한편 “우리 회계는 1년 회계이기 때문에 이월의 개념이 아니라 반납이며 복현교지는 1학기에 쓰려던 돈을 그대로 2학기에 가져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한 위원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회의의 주재자가 혼동의 가능성이 다분한 용어를 사용해 위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힘들었던 것이다. 재정회의 위원들은 누구를 대표해서 그 자리에 나온 것인지, 손을 들고 내리는 간단한 행동으로 누구의 돈을 어떻게 기획하고 배정하고 있는 것인지 알 것이라 믿는다. 회의를 진행하는 이들은 해당 회의의 세칙부터 꼼꼼히 점검하여 근본을 다지는 것을 시작으로 해야 한다. 또 그들은 자유로운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며 회의에서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만 학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 역시 본인들의 돈을 기획하는 재정회의 결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나영사진/대학부 차장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