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의 시작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 계기는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김훈의 글이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인정욕구로부터 출발했다. 알토란같은 내면의 생각들을 잘 엮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각기 기자들이 모아온 사실적 현실이 가득가득 모인 신문과 나아가 언론사의 경험이 내 글을, 나아가 내 삶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 거라 희망한 것이다.김훈의 글에서는 미사여구 없이 물리적 사실만 나열된 글의 맛을 느꼈다. 동백꽃을 보고도 ‘붉고 탐스럽다’로 떠올리는 나와 달리 김훈은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 버린다’고 표현한다. 역사적 사실이 꽃의 낙화에 생경함을 더한다. 사실과 사실의 연결은 비유가 됐고 그 글은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현됐다. 그런 글을 만드는 원천이 언론 경험이라 생각했다. 사회 곳곳의 알기 힘든 일들을 모아 중요도에 따라 전달해주는 일에는 많은 취재 경험이 필요하고, 더불어 그러한 경험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경험을 계속 글로 풀어내야하는 데드라인이 정해져있기에 나를 다 걸어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이라 믿었다.막 대학생이 되어 환상만 가득찬 시기,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어 인터뷰를 해도 무시당하고 외면 받는 등 그곳에 내가 존중받던 따뜻한 세계는 없었다. 물론 스스로의 이익과 관련된 경우, 아주 따뜻한 대우를 받았다. 고려해야 할 개개의 이해관계는 너무 많이 얽혀있었고 어떻게든 기사는 나와야 했다. 그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세상에는 매시·매분·매초, 각 지역, 공간마다 수없이 많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모아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기자의 출발이다. 그래도 신문은 객관성도 추구해야하며 기자는 최대한 사회 정의를 추구해야한다. 한편 앞으로의 취재원과의 관계와 신문에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취재 및 보도를 진행해야한다는 기자의 직업적 이해관계가 있다. 기자는 늘 이런 고민 앞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고민들이 깊이 있는 글을 만든다. 결과는 어떨지 모른다.본지 편집국장인 나는 후배들의 취재를 살피느라 직접 취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생경한 현실에서 살짝 멀어진 느낌이다. 사안에 대한 혜안을 더 가지기 위해, 한 발치 뒤에서 바라보기 보단 힘들더라도 우리 사회를 계속 탐구하고 내 경험화시켜야 할 것 같다. 이미 내게는 무거운 고민이 많다는 이유로 그런 것들에 소홀했다. 김훈은 그저 밥벌이를 하기 위해 기자를 했다고 한다. 그가 글을 쓰는 목표는 예술적 낭만과 로맨틱한 목표 같은 것이 아니고 내면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는 소통으로 서로 어우러지는 것도 좋지만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 한다. 나도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 지금 그나마 대학언론은 밥벌이의 지겨움은 없다. 남은 기간이라도 잠시 신문을 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롯한 나를 보여주는 사실의 글쓰기를 담고 싶다.

최지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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