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우리 이번에 갹출해서 교지 찍어내야 할 것 같아요.” 3년도 넘게 교지 활동을 했지만 설마 사비까지 털어내며 교지발행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대학언론이, 그중에서 마이너리티를 지향하는 교지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이다. 우리의 독자들은 경북대신문과 복현교지를 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미디어 플랫폼은 계속해서 생성되고 진화한다. 더 많은 플랫폼에서 대학기사를 제외한 예술문화, 사회, 학술과 관련된 수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글은 무미건조하고, 그들의 사진과 영상은 오감을 자극한다. 경쟁은 계속됐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경쟁자는 거대 공룡인 카카오와 구글, 페이스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대학언론이 지면발행에서 온라인발행, 더 나아가 활자에서 영상미디어로 확장되는 디지털퍼스트의 시도가 대학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승부를 걸 수 있는 콘텐츠는 대학과 관련된 내용이다. ‘복현’은 대학과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가장 잘하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는 독자는 ‘거의’ 없다. 더 정확하게는 국립대법인화나 등록금인하와 같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제외하고 말이다. 아직도 교육부로부터 임용 받지 못한 총장 부재에 관한 문제와 강사법 개정안으로 인한 비정규교수의 처우의 문제 등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을까? 우리는 이제 민주주의 당위로서 접근하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것을 가지고 ‘요즘 학생들이 이기적이고 학내사안에 무관심해서…’라며 독자 탓을 하고 싶진 않다. 살인적인 경쟁 사회 속에서 세상 속에서 민주주의적 시스템과 구조는 무너졌다. 대학은 시나브로 파편화되었다. 대학이 무너진 이 시점에 ‘복현’이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우리의 위기를 넘어 대학언론의 위기는, 위기의 엔트로피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열역학 제2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엔트로피는 증가할 뿐 절대로 감소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고 전국의 더 많은 대학언론들이 폐간할 것이다. 대학언론이 살아남기 위한 재정은 더욱 감소할 것이고 편집권을 둘러싼 고민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아직도 탈고를 끝내지 못한 ‘복현’ 59호를 두고, 교열을 하는 편집장 순형이를 비롯해 6명의 편집위원들과 마감을 진행하며 무척 즐거웠다. ‘복현’은 지난 전학대회에서 예산을 인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교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과 걱정보다, 함께 고민을 나눌 누군가가 있기에 나는 5년째, 글을, 기사를, 나를 쓴다.

이상지(기계공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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