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기초학문이란 무엇인가? 기초학문이란 공학이나 의학 등 응용학문 따위의 밑바탕이 되는 순수학문으로 기초 원리와 이론에 대한 학문을 뜻한다. 통상적인 의미로 기초학문은 영리 활동을 목적에 두지 않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나오는 학문의 진리 탐구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 분야라는 뜻에서 순수학문이라고도 한다.기초학문을 살려야 한다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경북대가 ‘왜’ 기초학문을 증진시켜야 될까? 우선 국립대의 존재 의의가 기초학문 육성에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가 공공재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는 당위 또한 기초학문 육성에 있다. 사회적으로 투자가 되지는 않지만 응용학문의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기초학문이 가지고 있고 이 ‘지식의 진지’를 위해 국가가 국립대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 없는 국립대는 존재할 수 없다.하지만 이러한 국립대들의 기초학문 투자 의지를 꺾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교육부이다.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으로 인해 기초학문을 고사시키고 있다. 학과구조조정은 기초학문 학과 폐지로, 학생수 감소에 따른 정원조정은 국립대 위축으로, 효율성 향상은 논문 양산을 통한 동료연구자 간 경쟁부추기기로 교묘히 바뀌어 국립대를 겁박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성하고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기초학문보호를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금 바로 여기 발 딛고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본교에서는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본교는 기초학문에 관한 어떠한 명시도 되어있지 않다. 서울대의 경우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31조(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 및 국가의 지원)에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기초학문 등 필요한 분야의 지원·육성에 관한 4년 단위의 계획을 수립·공표하고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본교는 학칙상 부총장의 업무에 관해 ‘첨단 및 기초학문 육성을 통한 대학 경쟁력 강화’라고만 써져 있을 뿐이다. 학칙이나 법률상 명시도 되어있지 않으니 컨트롤타워도 부재할 수밖에 없다.기초학문육성의 법률상 명시와 기초학문에 관한 컨트롤타워 설립은 대학경쟁력과도 연결된다. 기초학문이 여러 학문에 기초적 도구가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실에 가보면 한쪽 벽면이 다 수학이론 책으로 메워져 있다.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총액기준을 일본과 비교해보면 1980년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듯 기초학문의 육성 없이 응용학문의 성과도 없는 것이다. 본교는 기초학문증진위원회를 설립해 기초학문에 대한 장기적 비전 및 계획을 제시하고 기초교육원에서 맡고 있는 교양교육과 연계해 나가야 한다.마지막으로 기초학문분야의 실용성은 본질 탐구에 충실할 때 비로소 극대화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학문 후속세대의 육성을 위해, 유급 전임연구원이나 연구교수를 두고 장기적인 설계 또한 필요하다. 특별히 학제간 연구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져야 한다. 기초학문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기초학문 연구자들 스스로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본교가 공히 연구 중심 대학으로 그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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