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생들이 편하게 다니는 교내의 보도, 하지만 그 길이 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경우의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지체장애학생들이다. 현재 본교 장애학생 수는 83명이고, 이중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학생은 3명이다. 이들의 어려운 보행 현실을 체험해보기 위해 하루 동안 휠체어를 타보았다. 하루로는 전부 알 수 없는 본교 전역을 파악하기 위해 캠퍼스 곳곳을 돌며 보행 실태를 점검해봤다. 마지막으로는 현 보행 문제가 개선 가능한지에 대해 조사해보았다.●

#1 휠체어를 받다.취재를 위해 휠체어를 빌리러 복현회관 1층에 위치한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들렀다. 센터의 직원 분이 휠체어를 꺼내 바퀴에 바람을 넣으시고 바퀴살의 먼지를 닦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휠체어 취재의 두 원칙을 곱씹었다. 첫 번째는 하루 동안 혼자 휠체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서 도움 없이 교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것, 두 번째로 건물 내의 편의시설에 대한 점검은 아니기에 건물의 경사로에 도착할 때까지 휠체어를 탈 것 이 두 가지였다. 휠체어 정비가 끝나고 일단 연습을 위해 곧바로 복현회관 밖으로 나갔다. 생각보다 앞뒤로 움직이는게 수월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회전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휠체어를 돌리는 일은 양쪽 바퀴를 모두 적당히 돌려야 내가 원하는 만큼 돌릴 수 있었고 그 감각을 익히기 위해 몇 번의 부딪칠 뻔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척이나 예민해져야 했다.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따라 내려가기 쉬웠고 약간의 요철에도 심하게 덜컹거렸다.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임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2 시작이 절반휠체어를 타고 첨성관에서 사회대로 이동하는 그 첫 번째 일정에서부터 나머지 일정의 절반 정도의 고통이 상상이 됐다. 평소보다 30분을 앞당겨 하루를 시작했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는 반대로 몸에는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펴서 첫 몇 바퀴를 굴리자마자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첨성관을 빠져나오는 것부터가 거의 불가능했다. 어학교육원 옆의 비탈길은 너무나 가팔랐다. 호기롭게 팔을 휘저었지만 힘이 든다는 문제를 넘어 위험에 처했다. 몇 번이나 휠체어가 뒤로 넘어갈 뻔 했고 그 길에서 멈추어 있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벌써 내려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답이 안 보이는 상황에 수업을 가야 하는 현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어학교육원에 승강기가 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어학교육원의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겨우 올라갈 수 있었다. 고생만큼이나 시간은 많이 지났고 사람은 나올 때 보다 배는 많아진 듯 보였다. 또 이와 관계없이 여유는 사라져 갔고 바삐 바퀴를 굴려 사회대로 향했다. 사회대로 향하는 길에는 또 하나의 작은 난관이 보였다. 경사로 앞을 가득 메운 자전거와 오토바이였다. 전에는 이것이 문제된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다리가 아닌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난감했다. 몇 번이나 휠체어를 돌려서 겨우 자전거와 경사로의 틈 사이에 휠체어를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그 한 번의 등교에 손바닥에는 새까만 때가 묻었고 손을 씻고 들어가니 수업 단 일분 전, 30분의 여유는 ‘기본’이 됐다.

#3 어디까지 돌아가야 해?사회대에서의 연강이 끝이 났고 보도 취재 정리를 위해 복현회관으로 향하기 전 배를 채울 겸 도서관 휴게실의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 들를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정신없이 바퀴를 굴렸던 그 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채우고 있었다. 더 느려진 길에 천천히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는 조금씩 뻐근해진 어깨로 조금씩 헤쳐나갔다.그러나 헤쳐 나간 휴게실 앞에서 좌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 계단이라니... 돌아서 간다고 해도 휴게실 입구는 계단과 계단 사이에 있어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항상 이용하면서 휠체어로는 입구조차 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한 나는 팔에 힘이 풀렸다. 도서관의 언덕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을 아침의 경험을 통해 배운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아니 바퀴를 돌려 일청담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내리막길도 휠체어 이용자에겐 또 다른 위협이었다. 급하지 않은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빠르게 붙었고 손가죽이 까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면서 바퀴를 늦춰봤지만 사람이나 가로등 등에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나를 계속 벌렁이게 만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일청담 주위에 도착하였고 본관 쪽으로 올라가 대학원동 앞길로 갈 생각을 가졌지만 곧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본관 쪽으로 올라가는 경사도 가파른 것도 문제였지만 대학원동 앞길은 큰 플라타너스 나무가 인도의 대부분을 막고 있었다. 맞은편 길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차도로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백양로 쪽으로 한 번 더 돌아가야 했다. ‘어디까지 돌아서 가야 복현회관으로 갈 수 있을까?’ 이런 한탄을 하며 결국 한참을 돌아간 나였다.

캠퍼스 전역을 돌아보다단 하루 동안 휠체어를 이용하면서 생활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힘이 들었고, 매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서 보행문제가 어떨지 궁금해졌다. 실제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과 접촉하기 위해 본교 장애학생 자치회인 ‘크누프리’를 통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곽문섭(IT대 컴퓨터 14) 씨와 인터뷰를 통해 보행하기에 불편한 곳을 알아보았다. 곽 씨는 교내의 보행에 대해 “인도가 좁고 기울어져 위험해 차도로 주로 다닌다”며 “건물 입구 도로에 주차 혹은 정차가 되어있어 휠체어가 들어가기 힘든 경우에는 난처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운동장, 소운동장이 계단으로 내려가야 돼서 휠체어가 못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교 장애인 보행에 문제가 되는 곳을 찾기 위해 휠체어를 가지고 본교 전역을 점검해봤다.  캠퍼스 전역을 둘러봤을 때 가장 눈에 띈 휠체어 보행의 어려움은 바로 높은 경사였다. 대구캠퍼스는 언덕이 많이 있는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곽 씨는 “캠퍼스 자체가 언덕이 많은 지형이라 급경사 구역이 많아 먼 길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언덕이라는 지형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체육관이다. 체육관의 모든 진입로는 가파른 언덕으로 되어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이나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 학생의 경우 도움 없이 체육관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의 개선방법에 대해 본교 시설과 최병엽 주무관은 “이런 지형적인 부분으로 인한 상황은 개선이 어렵다”며 “체육관을 새로 짓는 정도의 공사가 이루어질 때 출입로 개선을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의 부담이 커 현실성이 낮다”고 밝혔다. 이외에 가파른 경사를 가진 곳은 인문대에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 생명공학관과 대학원동 사이의 언덕길 등 캠퍼스 곳곳에 위치해 있다. 두 번째 나무뿌리로 인한 보도의 뒤틀림이다. 대운동장 맞은편 길은 나무뿌리가 보도 밑에서 자라면서 뿌리가 포장을 뜯을 정도로 뒤틀려 있다. 이렇게 나무뿌리가 돌출된 곳을 휠체어로 넘어가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휠체어가 넘어질 위험성까지 있다. 이에 대해 최 주무관은 “나무뿌리 돌출 같은 경우 간단히 보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벽이 손상돼 무너질 염려가 있는 상태처럼 더 위험성이 높은 곳을 보수하는 것이 우선 순위고 이런 나무뿌리 문제의 경우 모아서 기간을 정해 처리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 나무뿌리가 돌출된 곳은 공대 쪽 길에 산발적으로 위치해 있다. 세 번째 경우는 횡단보도 끝에 턱이 위치한 경우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청담에서 박물관의 월파원으로 넘어가는 횡단보도다. 일청담 쪽은 횡단보도 쪽의 인도가 차도와 높이 차가 없지만 박물관 쪽은 인도에 턱이 존재해 휠체어의 횡단보도 이용이 불가하다. 이에 대해 최 주무관은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턱을 보차도 경계석(연석)이라고 하는데 이런 횡단보도의 경우 턱을 낮추는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생명공학관과 대학원동이 위치한 교차로에서도 확인됐다. 네 번째 경우 큰 나무가 보도를 가로막는 경우이다. 대학원동 앞길에서 잘 나타난다. 큰 플라타너스 나무가 보도 한가운데에서 자라 장애인 편의증진법 상의 보도의 유효폭(보도에서 보차도 경계석이나 가로수, 가로등 등을 제외한 실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폭) 1.2m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어 위험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주무관은 “그 길은 올해 초에 넓힌 상태가 지금의 모습”이라며 “옆이 정원이라 더 넓히기는 어렵고 나무 이식 비용이 크고 죽을 가능성이 높아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진행 중인 맞은편 인문한국진흥관 공사에 보도 공사가 예정 중”이라며 “현재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공사 후 차도와 높이를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 휴게실이다. 도서관 휴게실 입구는 현재 계단 사이에 위치해 휠체어로는 접근이 불가한 상태이다. 그리고 난간도 설치되지 않아 지지해서 올라가는 것이 필요한 지체장애 학생도 이용이 불편한 곳이다. 이에 대해 본교 시설과 장애인 편의시설 담당 최우혁 주무관은 “검토를 더 해야겠지만 현 사진 상으로는 전동 리프트 설치만이 휠체어가 이용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난간 설치는 그에 비해 현실적인 계획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통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처럼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본교와 학생들은 장애인 시설·설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 자치회 크누프리 회장 김아진(간호 14) 씨는 “휠체어를 이용하기에 좁았던 복지관 경사로가 학생의 건의로 공사됐고 학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통행 실태에 대해 잘 모르는 장애학생들을 위해 장애인 편의시설 안내지도를 지원센터에서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학기에 총장 직무대리와의 간담회를 통해서 장애 학우들의 불편 사항 개선에 대한 건의가 이루어졌고 일부 실행되었다”며 “이외에도 학기마다 정기적으로 지원센터와 간담회를 가지고 있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센터측에 건의한다”고 밝혔다. 장애학생 지원센터에서도 개선을 위한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김영성 주무관은 “시설과와의 간담회를 진행해 난간의 설치와 체육관의 불편 상황을 얘기했다며” “최근 진행된 사항은 자연대 등 승강기를 설치한 곳에 경사로까지 확보가 완료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3년에 한 번씩 국립특수교육원 주관하는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가 내년에 진행됨에 따라 그에 따른 자체평가보고서가 준비 중에 있다. 이 평가에서는 시설·설비 영역에 대한 평가가 있다. 그에 따라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본교 장애인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본교 시설과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대해 시설과 최병엽 주무관은 “승강기 설치 예산이 해마다 2억 8천만 원 정도 배정되어 있다”며 “이 외에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비용을 마련하지는 않았으나 10억 원 가량의 시설물 유지 보수 비용의 일부로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주일에 2~3번 외곽 시설물 점검을 통해 꾸준히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상주캠퍼스 대운동장을 가는 길, 연석이 너무 높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다. (표시 ④)

▲체육관 진입로가 급한 경사를 가지고 있어 통행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표시 ①)

▲대학원동 앞길에 플라타너스 나무가 휠체어를 막고 있다. (표시 ②)

▲도서관 휴게실의 입구가 계단 사이에 위치해 휠체어로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표시 ③)

글: 김민호 기자/kmh16@knu.ac.kr사진: 김예강 기자/kyk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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