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여러분들은 데이트 비용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데이트 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부모님께 용돈 가불을 조르고…. 그와 그녀에게는 비밀로 한 채 힘들게 마련한 데이트 비용의 사용이 당신 커플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건강한 데이트 비용 사용 문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아봅시다●

데이트 비용 마련 위해 고충 겪는 대학생들

위 설문조사는 본교생 3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트 비용 사용 실태 조사’의 결과이다. 가장 첫 번째 질문인 ‘데이트 비용으로 인한 생활비 부족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에서 ‘있다’라고 답변한 사람이 330명 중 245명으로, 74%를 기록했다. 10명 중 7명이 데이트 비용 마련에 어느 정도 고충을 겪고 있다는 소리다. 이에 조은이(농생대 조경 15) 씨는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으로서 보통 한 달에 30만 원을 먼저 받고 모자랄 경우 더 달라고 하는 편인데 평균적으로 한 달에 40만 원 정도 소비를 한다”며 “그 중 1/2이나 1/3인 15~20만 원을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셈인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응답한 본교생들이 한 달간 지출하는 생활비의 평균은 40만 9600원이며,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6일 데이트 한다. 응답자들이 실제 소비하는 ‘1일 데이트 평균 비용’의 평균값은 2만 5500원이다. 그렇다면 한 달을 4주라고 생각할 때, 이들은 36만 7200원(3.6일×4주×2만 5500원)을 한 달간 데이트 비용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구한 전체 생활비의 평균과 약 4만 원 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각 평균값들을 임의적으로 합산한 값이라는 점과 학생들이 정확히 계산하여 응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35만 원이 넘는 비용은 상담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심지어 설문 응답자 329명 중 13%의 학생인 44명은 ‘데이트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이별을 고려해본 적이 있는가?’에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데이트 비용 마련 문제는 연애 자체의 지속과 종결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편, 이들이 생각하는 본인들이 소비하기에 이상적인 1일 데이트 평균 비용은 2만 1300원이 평균값으로, 실제 소비 비용의 평균값과 4000원 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비용 문제, 연인 관계에도 영향 미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현혜 교수는 “데이트 비용은 보통 경제적 문제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많이 하는데, 데이트 비용 안에는 ‘관계’와 ‘소통’이라는 핵심 키워드가 존재한다”며 “이에 우려가 되는 부분은 데이트 비용 사용 문제 자체가 하나의 권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남녀 모두가 데이트 비용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자체가 데이트 비용 지불이 단지 경제적 활동이 아니라 연인 간의 관계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낸 사람이 연인 관계에 있어 더 많은 권한을 가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비교적 적은 비용을 냈다는 사실이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게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많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암묵적으로 형성해온 문화에서 그렇게 인식하도록 했던 부분들이 결국 문제시 되며, 젊은 층들이 관계를 맺으며 좀 더 수평적이고 주체적인 데이트 문화를 즐기고 싶다보니 이러한 데이트 비용 부분에도 관심이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과 여, 데이트 비용 사용 비율 차이의 이유

‘실제 본인의 데이트 비용 부담에서의 남녀간 비율은?’의 위 설문조사의 문항에 ‘남 6:여 4’의 답변에 응답자 329명 중 125명이 응답하여 37.9%의 결과로 가장 큰 값을 차지했다. ‘남 5:여 5’의 답변이 31.9%, ‘남 7:여 3’의 답변이 13.9%로 이를 뒤따랐다. 한편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데이트 비용부담에서의 남녀간 비는?’의 질문에는 차례로 ‘남 5:여 5’의 답변이 60.9%, ‘남 6:여 4’의 답변이 29.2%, ‘남 7:여 3’의 답변이 4.8%로 큰 값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 설문처럼 남녀의 데이트 비용 사용 비율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남성들은 데이트 비용을 주로 부담하고 여성들은 비용을 본인이 내지는 않지만 또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문화가 있어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이러한 문화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뿌리박힌 성역할 고정관념이 계속 작동해왔기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것은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설문 문항에 대해 주준희(사회대 심리 15) 씨는 “본인은 성별이 아닌 소득을 더 고려해 데이트 비용 부담 비율을 결정한다”며 “학생이니 소득은 용돈을 더 많이 받는다든가 아르바이트로 인한 수입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씨는 이어 “무조건 소득이 크거나 경제적으로 부족한 특정 성별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남녀 성별에 대한 범주와 금전적 범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데이트 비용과 같은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는 같은 금전적 범주인 소득에 의한 기준이 세워지는 것이 공평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데이트 비용의 문제는 우리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데이트 비용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고 다시 한번 연인 간의 관계를 인식하는 기회가 된다면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 말했다. 

건강한 데이트 비용 사용 문화를 위해

이 교수는 “대학생들은 개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모님들에게서 돈을 받아서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며 “대학생 커플인 서로 비슷비슷한 연령대의 연인이 데이트를 즐길 때는, 어느 일방이 돈을 지속적으로 내는 건 어마어마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5:5로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평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데이트 비용을 5:5로 나눠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5:5로 낼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낼 수 없을 수도 있다. 단순히 5:5가 아니라 서로의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런 부담을 서로서로 가지고 있을 때 ‘사실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비용을 적게 낸다고 해서 비용을 많이 내는 쪽에서 그걸로 우선권을 가지려고 할 때에도 그에 대한 부당함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처럼 솔직히 말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교수는 데이트 비용 문제가 ‘관계’라고 말한다. 내가 불편한 부분은 서로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바로 건강한 데이트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로 좋아하는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비록 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더라도 관계를 더 지속하기 위해 서로 어떤 것을 고려하고 배려, 이해해주며 어떠한 데이트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이다”며 “그 중 하나가 데이트 비용 문제일 뿐”이라 말했다.  “그렇게 데이트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남자니까’, ‘여자니까’ 이런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좀 벗어나서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더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데이트 비용 문제는 생각보다 별로 크게 부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교수의 마지막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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