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

                                                       정해윤

너보다 더 너다운 너의 시간을 붙잡고 싶은 까닭은, 나보다 더 나다운 나의 시간을 너에게 주어 너와 나의 시간이 또 하나의 시간처럼, 그러니까 밤이 무서워 두 팔 구멍으로 들어온 두 마리의 개구리가 달과 해가 만나는 시간 즈음에 하나의 목구멍으로 헤엄쳐 나가듯이, 우리의 동선이 세상에서 소외되어 세상 밖으로 뻗어나는 레드우드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누구의 가르침이 없어도, 아니 너가 말하는 네 가지의 구역이 아침에는 달맞이꽃으로 밤에는 해바라기로 드덮일 때, 그 순간 나는 너의 뿌리를 핥아 너의 고개를 세운다면 너는 나의 이 수고로움에 푸른 꽃씨 하나 내려주시겠습니까? 너의 대답은 살점을 뜯어 먹어치우는 포크의 끝에 매달려 그 뭉퉁한 날카로움으로 나의 숨을 갈기갈기 찢어낼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 어떤 부분도 통제할 수 없는 너를, 다만 진정한 완벽함은 욕심 많은 바람과 닮아 자유로이 두는 것이라 변명하며 내 밖 울타리에 두려하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아니 실은 내 옆에 너를 고이 모셔두고자 나의 가슴을 도려낸 피로 너를 흠뻑 적신 채 냉동시켜 만든 그 핏빛 얼음을 나의 체온으로 조각해 너를 녹여내어도 춥다하지 않으시며 한 떨기 떨리는 숨을 유지해주시겠습니까? 너의 머리가 잘려나가고 가슴이 뜯겨나가고 등이 굽으며 발 위에 몇 겁의 무게를 얹어도 되겠습니까? 나의 이 간곡한 청은 너의 귀에만 들리도록, 우리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번데기 발음으로 들려th릴 것인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여전히 나는 나일 수 있습니까?

안녕하세요. 국어국문학과 시창작 학회 ‘한비’에서 활동 중인 14학번 정해윤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자유가 가져다주는 평화와 낭만을 믿으시나요? 일정표에 ‘손톱 깎기’가 적혀있을 정도로 계획과 분절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는 찰나를 관찰하게 하고 그 속에서 세상과의 교감·소통의 시간을 내어줍니다. 질주하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마음껏 상상하고 쉬어가시며 위의 시 ‘간청’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는 여전히 우리 스스로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시원한 가을이 되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