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르스 갤러리’ 사건이 화두에 오른 이후 성차별에 관한 문제가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담론의 장은 더욱 커졌고,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부차적 주제들도 많아졌다. 개중 하나가 성적 대상화에 대한 문제이며, 또 그 하위에서 현재 제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소아성애(페도필리아) 코드에 대한 문제다. 소아성애 중에서도 여아에 대한 성도착을 지칭하는 용어 ‘로리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1955)에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험버트는 12살의 의붓딸 롤리타에 대해 성적 집착을 느낀다. 바로 여기서 ‘어린 소녀에 대한 중년 남자의 성도착증’ 이라는 뜻의 로리타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남아 대상 성도착증을 지칭하는 용어 ‘쇼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두 용어의 의미는 소아성애자의 연령보다 성적 대상화의 대상자가 어린 여아인가, 남아인가에 국한해서만 쓰이는 경향이 있다.소아성애 코드를 가장 상업적으로 활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반세기 동안 일본의 콘텐츠 생산자들은 이미지·영상매체에서 많은 소아성애 클리셰를 만들어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상기된 볼, 다리 사이의 인형, 아이처럼 표현된 옷차림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앞의 사물 혹은 행위의 개별적인 의미는 중립에 가깝지만 영상 내에 배치됨으로써 소아성애라는 맥락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에 ‘저항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모르는’과 같은 성적 암시가 함께 들어갔고, 이것이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 수입됐다.혹자는 소아성애가 성인 혹은 가상의 이미지만으로 표현되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모든 인간이 컴퓨터처럼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습득한 정보를 그저 소비할 뿐만 아니라 사고의 패턴을 짜는 데 활용한다. 그리고 사고의 패턴은 실제 행위의 잠재적 기반이 된다. 소아성애물 소비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연스럽게도 소아성애물 소비 시작과 유사 소아성애 콘텐츠 생산량 증가 이후, 우리나라의 소아성범죄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범죄의 형태 또한 악질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고 접근성이 좋은 영화나 드라마, 대중가요 등에서 소아성애 코드가 숱하게 드러나고 있어 수용자들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다.이미 문제는 발생했고, 성인이 소비하는 콘텐츠로 인해 육체·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아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소아성애가 취향으로 존중받을 수 있을 만한 문제인지, 약자와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지원(사회대 신문방송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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