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생들이 침묵하고 있다. 강의실에서는 교수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전까지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수는 학생들의 생각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수업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전혀 대학 같지 않은 대학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강의실 바깥에서 교수의 부당한 압력을 당했을 때도 침묵한다. 대학당국의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침묵한다. 침묵이 금이라는 속담을 절대적으로 실천하고 있듯이 대학생 모두들 입을 닫아버린다. 경북대 대학생의 상황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지금 대학사회에서는 침묵의 유령이 지배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대학생들이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학이 대학생이 마땅히 지녀야 할 비판적 사고능력,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주체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해력,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 등을 가르쳐주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취업에 도움이 되는 효율성만 강조하는 취업 준비학원으로 전락되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대학이 취업 준비학원이 되어야 한다는 강요를 교육부, 학교당국이 앞서서 조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에 따라 모든 것을 평가하는 대학사회 속에 대학생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스펙 쌓기에 급급할 뿐이다. 따라서 요즘 대학에서 대학생이다와 대학생이 아니다는 것은 취업이라는 최상의 목적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제28조 대학의 목적이란 조항에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적고 있다. 이런 대학의 목적 조항에 대학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다들 동의할 것이고, 이런 목적을 실천할 때 취업은 자연히 따라와야 하는 것이 정상적 사회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대학사회는 고등교육법에서 명기한 대학의 목적과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의도적으로 법을 무시하고 있다. 취업이라는 수단이 절대목적이 되어버린 현재의 대학은 죽었다.죽은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학교 본부나 교수들에게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 학교 본부는 대학을 망친 정부 당국이나 교육부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교수들은 자신이 선택한 총장까지 임용되지 못하더라도 참여를 통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한다. 그 작은 변화의 시발점의 단초를 경북대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그 작은 변화는 소규모강좌 활성화 및 수강인원 축소와 절대평가의 도입을 통해 자유로운 비판적 능력의 회복일 것이다. 수강생 수가 줄고 절대평가가 도입된다면,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침묵을 깨고 타인과의 소통에 익숙하게 되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자연스럽게 비판의식도 높아져서 궁극적으로 자신이 처한 대학사회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현실의 틀을 깨는 참여만이 자신을 지키고 침묵하는 현재에 저항하는 방법이다. 참여하면서, 목소리를 내어라! 참여만이 침묵을 깨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