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네가 중재를 잘해야겠네”. 페미니즘 집담회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들은 말들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염려의 한 마디가 꼭 따라붙었다. 그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은 민감했다.집담회에 참가할 사람을 모으기 위해 어느 곳에서나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민감한 사안이기에 잘 알지 못하면 함부로 입을 뗄 수 없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드물었기에 와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일상적인 접근을 해볼 수도 있었으나, 집담회가 중심이었기에 알게 모르게 어색해지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분명히 내가 재밌어서 한 기획인데, 사회부 기자로서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집담회 패널 모집을 위해 달린 일주일 동안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페미니즘 얘기를 하면 싸우게 된다’는 것을 암묵적인 인식이 아니라 의식적 인식으로 사람들은 벌써 얘기하고 있었다.집담회를 하기로 한 9월 1일. 온종일 아무것도 입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많이 긴장했다. 짧은 생 중에 가장 긴장했다고 생각했던 대학교 면접보다 더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얼마 뒤, 7시 반에 시작한 집담회는 정신없이 흘러갔고 밤 10시가 넘어 무사히 끝났다.집담회는 생각보다 평화적(?)이었다. 물론 면대면이라는 점과 다른 패널들의 의견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고 혼자 “~가 맞다!!”라고 주장하는 패널도 없었다. 패널들이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격한 논의가 안 날 만한 얘기로 했네”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으로 그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가치를 봤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었다.집담회의 첫 질문은 각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평범한 한국 남성 패널은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남성주의적 말에 엄한 사람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싶은 남성 패널은 페미니즘에 완전한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도 평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다른 패널들 또한 태어날 때부터 다른 성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었다.모두가 원점으로 돌아가 보면 인간에 대한 인권이 존중받길 바라고 있었다. ‘평등’이라는 막연하고 주관적인 단어를 최종적 이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 막연한 단어를 추구하는 방향에서 서로의 입장에 차이가 있고,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에 공감의 정도가 다를 뿐이지 않을까.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인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내는 사회의 여러 목소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워마드’에 대해서는 글쎄...잘 모르겠다.

이한솔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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