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래 최악의 찜통더위가 물러가고, 개강을 한 경북대 캠퍼스에는 수강신청 등으로 분주하다. 이때쯤이면 상투적으로 말하는 소리가 독서의 계절이 다가왔기에 책을 많이 읽자는 것이다. 귀에 따가울 정도로 들은 소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책을 가장 많이 읽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참고서, 수험서 등을 제외한 독서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통계치가 발표되곤 한다. 대학생이 되면 될수록 학업 및 취업 준비로 인해, 스마트폰 등의 매체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한국의 모든 대학에서는 책읽기를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고 현실을 사색하고 미래를 기획하는 인간 고유의 활동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대학생들은 생존의 노예가 되어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교수들은 성과주체가 되어 프로젝트 논문에 치여서 정작 독서를 하지 않는다. 현재 대학생들은 헬조선이라 불리는 현실에 주눅이 들어 토익점수, 학점, 자격증 따기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화려한 청춘의 삶을 그 스펙이란 틀 속에 손쉽게 끼워 맞추어 버린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 되는 생존의 공포주의가 지배하는 현실만을 보고, 그 현실에 맞는 최적화된 활동만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생으로서의 자랑스런 역할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연대와 공감, 나눔과 배려라는 인간의 기본 가치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대신 남을 이겨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다는 무한한 경쟁만이 절대가치라 여기는 지금 이곳의 현실을 초래한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짐짓 모른 척 눈을 감아버린다. 그건 현실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절대명령에 의한 것이라, 요즘 대학생들의 탓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잘못이라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현재의 현실에 최적화된 행동만 하고 헬조선을 초래한 현실에 사색하고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사회의 거울이자 시대정신의 표상으로서 참된 대학생이라 할 수 없다. 독서가 사라지고 있는 대학에서, 현실만을 고민없이 좇는 사람은 미래의 꿈과 희망마저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되는 법이다. 우리는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만약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 사색과 성찰이 없다면 생존이라는 공포가 인간을 집어삼키게 되는 참혹한 결과가 벌어질 것이다. 바로 세월호 참사가 좋은 예이다. 이런 현실에 민족 복현의 참된 경북대생은 마냥 침묵할 수 없다. 그 음습한 침묵을 깨는 조그만한 실천의 출발점이 독서라 하겠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고민하고 사색하고 공감한다. 따라서 독서를 한다는 것은 주어진 현실에 맞추어 산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이다. 고민과 사색은 세상의 어떤 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경북대인들이여,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잠시 접고 10분만이라도 책읽기를 감행하면서 조금씩 생각의 폭을 넓혀 가보는 독서 연습을 하자. 각자 독서를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를 성찰하고, 사회의 올바른 모습을 상상적으로 디자인해보고, 세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보자. 이런 우리들의 작은 실천의 노력이 합쳐질 때, 생존의 공포주의에서 신음하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더 나아가 인간의 참된 가치를 생각할 줄 아는 사회, 반성과 성찰을 하는 사회, 느낄 줄 아는 공감과 연대의 사회, 성숙하고 정의로운 민주사회로 가는 초석 하나를 놓을 것이다. 지금 책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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