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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기차마블

백금 우산을 준다 해도 한 번의 경산 여행만 못하더라

빗줄기가 기세 좋게 내려왔다. 그렇지만 여행을 떠나는 데에 거슬릴 만큼 강한 빗줄기는 아니었다. 카메라 렌즈에 맺히는 빗방울을 닦아내며 도착한 동대구역에서, 경산행 무궁화호를 예매했다. 경산은 대구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일등 교육도시라는 관형어가 붙은 경산에는 이름에 ‘대구’가 들어간 대학도 여럿 위치해있고, 버스로도 금방 오갈 만큼 대구와 가까운 까닭에 각종 자원·인적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무궁화호로 단 9분, 잠시 눈을 붙일 틈도 없이 도착한 경산역에서 10분 정도 걸어 서상동 벽화골목(이하 벽화골목)으로 갔다. 벽화골목은 ‘추억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에는 아직 해당 명칭이 등록돼있지 않다. 그래서 검색을 할 때 벽화골목 바로 옆에 위치한 ‘경산문화원’을 도착지로 설정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벽화골목은 2011년 경산시에서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조성한 미술거리이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내어놓은 듯한 다기 그림, 그 옆에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코스모스 꽃잎들, 푸르게 죽 뻗은 소나무 가지 등 알록달록한 색채가 궂은 날씨에도 찾아온 방문객을 반겨준다. 벽 한 편에는 서상동 출신의 가수 故방운아 씨의 초상화와 노랫말이 새겨져 있다. “백금에 보석 놓은 왕관을 준다 해도 흙냄새 땀이 젖은 베적삼만 못 하더라…” 노랫말의 사진을 찍기 위해 과감히 우산을 놓았다. 그칠 줄 모르는 빗방울들이 갈색빛 글씨들과 카메라 렌즈 위로 소란하게 흘렀다.
꽃잎 그림이 나부끼는 담장 아래로 노란 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며 ‘애웅’ 우는 소리를 낸다. 고양이를 따라 벽화골목 밖으로 조금 걸음을 옮기자 ‘하늘공간 미술관’(이하 골목 미술관) 길이 나온다. 골목 미술관은 다양한 작품들로 꾸민 50m 길이의 작은 골목길이다. 벽화골목보다 한 해 먼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공미술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구름 조형물 아래 비행기 모형들이 벽을 따라 둥둥 떠 있고, 별을 따기 위해 담장을 오르는 아이 조각이 맞은편 벽에 새겨진 이곳.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에 빠져 나란히 줄지어 선 벽 속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빗줄기가 조금 잦아들자 골목 미술관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990번 버스를 타고 경산경찰서 앞에서 내리면 쉬이 보기 힘든 도심 속의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남매지’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저수지는 조선시대 경산에 살던 가엾은 오누이가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수면 위 곳곳에는 제철을 맞은 복사빛 연꽃들이 만개했다. 저수지 위로 산책로가 있어 둘레를 걸으며 구경하는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물이 맑은 편은 아니지만 얼핏 보기에는 수심이 꽤나 깊어 보였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시원한 물바람이 날 좋을 때 또 놀러오라는 듯 카메라 끈을 살랑였다.
대구와 가까운 경산은 일상에 환기를 하고 싶지만 작정하고 여행을 떠날 시간이 부족할 때, 부담 없이 왕복 18분이라는 시간으로 다녀올 수 있는 편한 곳이다. 하지만 교통편에 대한 사전 정보는 필히 확인해야 한다. 버스 노선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 자가용이 없다면 거리가 먼 명소에는 접근하기 어렵다. 반곡지와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가려던 기자는 길을 잃어 4시간 동안 미아가 되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 ‘하늘공간 미술관’의 조각품. 구름 아래에 비행기 조각들이 아기자기하게 떠 있다.



▲ 경산 출신 가수 故방운아 씨의‘마음의 자유천지’가사. 서상동 출신의 그를 ‘추억길’의 벽화 속에 아로새겼다.


글·사진: 조현영 기자/jhy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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