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동 찜갈비의 역사를 탄생시킨 ‘실비 찜갈비’ 박만수 사장의 아들 박문일 씨는 아버지의 성정이 매콤하고 화끈한 찜갈비처럼 불 같았다고 기억한다. 그는 온 몸이 땀범벅이 되면 정육점에 가서 갈비를 직접 사 들고 집으로 왔다. 그는 이 갈비를 분해해 가마솥에 푹 삶아낸 뒤 소금에 찍어먹다 속이 느끼해지면 마늘과 고추를 듬뿍 넣어 비벼 먹었다. 바로 이 화끈한 맛이 찜갈비의 시작이다. 이를 맛본 친구들은 대구에는 ‘요런’ 음식이 없다며 식당을 차리면 돈이 될 것 같다고 박 사장을 부추겼다. 그렇게 탄생한 ‘실비 찜갈비’는 현재의 동인동 골목에 위치했던 한 한옥집에 자리하게 된다. 당시 골목은 먼지가 폴폴 나는 비포장도로를 사이에 둔 주택가였고, 연탄불로 만들어낸 갈비에는 차 먼지가 묻어도 손님들은 맛있게 먹었다. 대구 중구청 인근에 자리한 중구 동인동 찜갈비 골목에 들어서면 바로 ‘실비 찜갈비’ 간판이 눈에 띈다. 주인 아주머니가 우릴 반갑게 맞았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1인분 기준 미국산은 18,000원, 한우는 28,000원이었다. 이윽고 한 상 가득 차려진 찜갈비와 갖가지 밑반찬들에 군침이 싸악 돈다. 시식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느라 배고픔이 극에 달한 우리는 만족스러운 사진 한 장을 건지자마자 급하게 수저를 집어든다. 백김치에 찜갈비 한 점 싸서 한 입, 동치미 국물 한 번 떠먹고 찜갈비 한 점, 상추에 찜갈비 한 점 올리고 마늘과 함께 한 입. 입안을 화끈하게 달궈오는 찜갈비의 매운 맛을 중화시키는 다양한 밑반찬들에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릇의 바닥이 보일 때쯤, 남은 갈비들을 조각내고, 밥을 넣고 콩나물을 잘라 넣은 뒤 김가루를 얹어 볶는다. 그렇게 볶은 밥을 상추에 얹어 콩나물과 함께 한 입 가득 밀어넣으면, 그제서야 찜갈비의 모든 맛을 다 보았다는 만족감이 든다. 배부른 배를 부여잡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로 어깨를 맞댄 찜갈비 가게들이 가득한 골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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