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 각종 행사 때마다 찍어둔 사진. 방을 치우다가 가끔 이런 것들을 발견하곤 추억에 젖어 되돌아본다. 짝사랑에 대해 쓴 글, 친구와 싸웠던 일 등 추억이면서 동시에 부끄러운 일들도 떠오른다. 일기를 쓸 때는 즐거웠던 일, 사진을 찍을 때는 가장 예쁜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해서 최대한 꾸며서 쓰게 되었던 것 같다.

언론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일일 경우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 한다. 또, 그렇게 기록되어 지나간 영광의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은 또한, 미디어의 역할이다. 기록을 통해 후대에 지혜를 전달하고, 스스로도 잃어버리지 않는 기억을 남겨두는 일을 한 것은 인간을 지구상에 군림하는 최고의 왕으로 만들었다. 

더구나 지금은 별 뜻 없이 사진 찍고 짧은 글을 남겨도 기록이 되는 세상이다. 단지 일회성의 기록으로 보일지라도 그 기록들이 모이고 모이면 방대한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는 나의 추이를 보여주고 나의 추억도 되새겨준다. 누군가는 “기록하는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찾기 때문이다. 

나날을 기록하는 언론은 아름다움만 남길 순 없다. 사건을 기록하고 여러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은 밑바닥까지도 다룰 수 있는 역사가여야 한다. 역사는 왜곡되어선 안되고 그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하는 언론은 진실을 다룸으로써 아름다워야 한다. 그렇기에 ‘경북대학교’의 역사를 기록하는 본지는 더더욱 우리의 민낯을 그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의 본지는 어떤 자리에 위치해있을까. 우선은 본교와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려한다. 그 시작으로 신문의 1면은 본교의 상징색인 자금색을 최대한 활용하고 제호도 검정색으로 변모했다. 2학기, 경북대신문은 조금 더 변화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취재를 더 열심히 하고 기사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를 쓸 때는 불편, 꺼림과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을 견뎌야 좋은 글이 나온다. 그러나 앞부분에 구구절절 기록의 의미를 이야기한 이유는 기자들도 한계가 있다는 걸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어떻게든 기록은 이어져야 한다. 의제를 형성하고 만들어나가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성이다.

본지가 역사가의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그 기록의 역사가 왜곡된 역사가 되어선 안된다. 학교의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무조건 숨기기보다는 드러내고 얼른 해소시키는 것이 더 빨리 아물고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학내 취재를 하다보면 사소한 일도 숨기고 기피하는 일이 잦다. 물론 기자들도 기자의식을 넘어 소위 기자뽕(?)에 빠져 꼬투리를 잡으려고만 하기보단 비판을 통한 견제와 잘한 일에 대한 소개도 균형있게 다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관들에게는 끝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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