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올림픽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올림픽이 남아있다. 바로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이하 리우 패럴림픽)이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같이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전 세계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리우 패럴림픽 개막을 앞두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대구지역 팀 소속 국가대표 정영주(47, 대구도시철도공사) 양궁 감독과 최일상(42, 대구시청)·김기영(47, 대구시청) 탁구 선수를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최일상, 김기영 선수 

Q. 탁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일상(이하 최) 선수 : 1996년에 군 복무를 하다 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됐다. 그때 22살이었는데 너무 이른 나이에 좌절을 겪다보니 삶의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대구 보훈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대구장애인체육회 장정웅 회장님이 탁구를 쳐보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셨다. 무의미한 생활을 바꿔보기 위해 시작했다. 

김기영(이하 김) 선수 : 1991년에 군 복무 중 다쳐서 장애를 가지게 됐다. 탁구는 재활 겸 취미 활동으로 시작해 여러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2002년 부산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전에 참여했지만 떨어졌다. 그때부터 오기가 생겨 선수를 목표로 꾸준히 연습했고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Q.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최 :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을 준비할 때 가장 힘들었다. 장애인 탁구부분은 장애상태에 따라 체급이 존재했었다. 그런데 베이징 페럴림픽 때 중국에서 체급을 통합시켜버렸다. 당시 랭킹 10위였지만 체급 통합 때문에 순위가 밀려나 참가를 못했다. 정말 8년 정도 패럴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바뀐 규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자 탁구를 그만 두려 했다. 몇 달을 탁구를 치지 않다가 백수 아닌 백수 생활을 했는데 오기가 생겼다. 몇 달이 지나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걸 이겨보고자 런던 패럴림픽을 준비했다. 

김 : 2012년 런던 패럴림픽을 준비할 때 런던 패럴림픽 참가 가능 점수와 3점 차이가 나서 런던 패럴림픽을 못나가게 됐다. 너무 아쉽고 힘들었다. 운동을 막 시작하던 그 시절에는 체육회나 코치, 스텝도 없어서 혼자서 운동을 몇 년이나 했다. 그때 혼자서 준비했던 시간들이 아쉬워서 다시 패럴림픽을 준비했다.

Q. 리우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본인만의 특별한 훈련법이 있으신지?

김: 이번 패럴림픽에는 유럽이나 중국 선수들 중 드라이브(상대의 공을 무회전 또는 각도를 꺾어 받아치는 기술)를 잘하는 선수가 많다. 그래서 대한항공과 kt소속 선수들과 함께 드라이브 연습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여러 공을 받아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최 : 딱히 특별한 연습법은 없다. 운동연습이 양과 질 둘 다 중요하지만 양을 많이 늘렸다. 많이 힘들더라도 남들보다 더 해야지 자신감도 얻고 중요할 때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나름의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Q. 현재 이천 훈련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 훈련을 할 때의 시설이나 지원과 비교했을 때 차이점을 느끼나?

김 : 물론 대구장애인체육회에서 잘 알겠지만, 피부로 접했을 때는 아직 대구 지역 쪽에서는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장애인들이 이동해서 운동할 장소, 계단이나 화장실 시설이 조금 부족하다. 요즘에는 장애인시설이 최신 건물로 되어 있지만 그 시설을 일반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연습을 할 수 있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 다른 지역에서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있지만 현재 대구에는 없다. 장애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체육시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Q.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각오는?

최 : 이번이 나의 마지막 패럴림픽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데 정말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겠다. 선수 생활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김: 새벽운동, 야간훈련 등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다. 노력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스스로 메달을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정영주 감독

Q.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로서 10년 넘게 활동하다 이번 리우 패럴림픽에서는 감독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많이 긴장되고 힘이 든다. 선수 시절에는 그저 훈련을 열심히 하면 됐지만 감독은 다르다. 선수들과 계속 소통하며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주는 등 지도를 해야 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와도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니 정신이 없다. 또한 대구도시철도공사 양궁 실업팀 감독직도 맡고 있어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라 힘에 부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양궁 실업팀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Q. 올림픽 양궁과 패럴림픽 양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반 올림픽의 경우에는 개인, 단체전이 남자여자로 나뉘지만 패럴림픽의 경우에는 휠체어를 탄 선수와 스탠딩 선수로 나뉜다. 휠체어를 탄 선수의 경우 체급 및 장애의 정도(AR1, 2 로 구분하며 경추와 뇌성마비의 경우는 1, 흉추와 요추는 2로 구분)로 다시 분류된다. 하지만 단체전은 휠체어와 스탠딩 구분 없이 남자와 여자로 구분하고, 출전 선수 구성도 3~4명이 될 수 있다.

Q. 이번 한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만의 특별한 훈련법이 있는가?

특별한 훈련법은 딱히 없다. 휠체어에 앉아서 활을 쏘는 선수들은 스탠딩 자세로 활을 쏘는 선수들과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그 근육들을 사용해야 편하게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내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걸 전해주는 방식으로 가르치는 중이다.

Q. 한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양궁은 선수들의 기량이 고루고루 평준화돼있다. 그것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양궁 경기 규칙이 계속 바뀌어도 선수들이 거기에 바로 적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동력은 선수들의 엄청난 노력 덕분에 만들어진 것 같다.

선수들은 매일 5시간씩 연습을 하는데 하루에 쏘는 화살이 개개인마다 500발 정도 된다. 또한 이런 연습과 더불어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스포츠과학 팀에서도 선수 심리지원 등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어 이 부분도 강점이다. 

약점은 선수들의 나이가 점점 많아진다는 점이다. 신인 선수들을 자꾸 발굴해야 하는데 지원이 많이 없는 상황이다. 선수들 나이가 많아지니 상황대처능력이나 심리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지만 부상을 입으면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고 체력이 조금 떨어진다.

Q. 실제 경기 당시 선수들에게 주로 어떤 말을 하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선수가 불안해 하면 농담도 하고 자세가 좋지 못하면 지적해준다. 경기장에 풍향계를 보고 선수의 활 상태, 화살이 어디 쪽으로 가는지 등을 체크한다. 그리고 바람 상태에 따라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라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Q. 이번 리우 패럴림픽의 목표와 각오는? 

어떤 사람이라도 감독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다. 이번에 양궁 목표는 전관왕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 그리고 패럴림픽이 대중들의 관심이 많이 적다보니 패럴림픽 준비 협회에서도 운영비를 확보하고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관심이 저조해서인지 미디어에서도 일반 올림픽은 하루 종일 계속 중계방송을 하지만 패럴림픽은 녹화방송을 주로 내보낸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지난 4년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 최일상 선수의 굳은살이 박이고 갈라진 손

▲ 한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양궁 선수단이 사용한 과녁

▲ 리우 패럴림픽 수영 부문에 출전하는 강정은(18, 대구상원고)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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