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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낯선 당신과 다이닝.─소셜다이닝

소셜다이닝 현장- 청년 기획가들
저녁 7시, 대구코리아콘텐츠 랩 9층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며 들어오는 사람까지 합하니 총 7명 정도의 단출한 인원이 모였다. 7시가 조금 넘어서자 오늘 소셜다이닝의 모임지기 이통원(26) 씨가 일어나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같이 사람들이 안 와서 조금 실망스러운 날도 있습니다. 좀 더 노력해서 청년들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지게 만든다면 모임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자리는 ‘포럼 창조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하 포럼)’에서 운영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도란도란’ 내에서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마을’을 주제로 열린 것이었다.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은 말 그대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는(Dining) 모임의 형식을 말한다. 소셜다이닝의 가장 유명한 사례가 ‘킨포크(Kinfolk)’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농부·디자이너·사진가·작가 등 처음 만난 사람끼리 모여 함께 요리하고 식사를 즐긴 이야기를 엮은 잡지 ‘킨포크’는 곧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며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킨포크족(族)’이라는 신조어도 있는데, 낯선 사람들과 함께 즉석 만남 등을 통해 음식을 함께 나눠먹고 즐기는 사람을 말하는 단어다.
이번 모임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마을’을 기획한 대학생 문화연구소 Ban:D(이하 반디) 대표 김인호(공대 기계공학 08) 씨는 명쾌하게 소셜다이닝에 대해 정의했다. “단순하게 밥 먹고 이야기하자는 건데, 그 말은 그냥 ‘가볍게 와라’는 거죠” 또한 소셜다이닝을 ‘복불복’이라고 표현했다. “모임이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해서 당일이 돼야 알 수 있다는 게 소셜다이닝의 묘미인 것 같아요”
반디에서 진행하는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마을’은 청년들이 모여 마을 기획가와 만나 그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고, 미래 자신의 마을을 설계해보는 것이 모임의 주제다. 대구 청년축제 총괄기획자였던 초청전문가 퍼플투스 연구소 박요한 소장(33)은 즐겁게 모임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박 소장은 ‘기획’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들려줬다.
“‘세상에 없는 모든 것이 너의 것이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기획자는 세상에 없는 것을 기획합니다. 세상이라는 동반자가 있습니다. 기획자는 어떤 곳에 가면 내 것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역 사람들과 만나 휴먼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하죠. 또한 가치 있는 인생에 누가 동반자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가 한 기획이 온전히 내 것일 수만은 없습니다. 이타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롱런(Long-run)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주민들이 함께 뛰어들고, 청년과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획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마인드를 가진다면 여러분의 기획은 더욱 빛이 날 거에요”


소셜다이닝 플랫폼, ‘도란도란’·‘집밥’
포럼에서 운영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도란도란’은 2015년에 대구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대구시에 필요한 현안들을 딱딱한 회의 방식이 아닌, 캐쥬얼한 식사 형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책제안 연구모임의 형태를 띤다. 포럼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사무국에서 인가되면 총 3회까지 식사모임을 가질 수 있으며, 식사비용도 제공된다. 이후 도출된 결과물은 대구시 정책으로 제안될 수 있다. 주제 또한 제한이 없어 로봇 비즈니스, 워킹맘들을 위한 정책 연구, 청년이 만드는 마을, 도시농업 공부, 대구 뮤지션 네트워크 구성, 대구지역 웹툰 작가 등 20여 건의 소셜다이닝이 진행됐다. 포럼의 사무국인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김준환 주임연구원은 “소셜다이닝이 아직은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대부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구나’ 정도의 반응을 보입니다”라며 또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곤 해요. 대신 워낙 의견들이 다양한 탓에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대구시 정책 제안을 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러한 단점은 사무국의 직원 참여 및 모임지기 교육 등으로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포럼의 운영위원이었던 김인호 대표는 “아침부터 바쁘게 일하던 사람들이 저녁이 되어서야 영화를 보며 쉬거나 운동을 하잖아요. 소셜다이닝도 그 중 하나인 거죠. 저녁 때 할 수 있는 건전한 토론 문화, 놀이 문화를 만든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한편 소셜다이닝 플랫폼 ‘집밥(Zipbob)’은 국내에 최초로 ‘소셜다이닝’ 개념을 도입한 곳이다. 집밥 박설미 대표는 “혼자 10년 가까이 살면서 가장 그리웠던 게 집밥이었어요. 우리는 보통 인사할 때 ‘밥은 먹고 다니니?’라고 물어보고, 사람을 만날 때도 자연스럽게 식사 약속을 잡잖아요?  ‘밥’이란 게 ‘정(情)’을 담고 있는 정서적인 매개체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집밥의 초기 형태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일일 집밥’이라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의 많은 공감을 받자,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모임을 개설할 수 있는 ‘집밥’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총 25,000여 개의 모임이 개설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모임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SNS 자체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오히려 소셜다이닝이란 문화 자체는 조금은 느린 호흡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온라인 통해 단순히 채팅만 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건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들이 양질의 모임들을 지켜주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같아요”
3년간 운영된 이 플랫폼에는 여성혐오에 관한 담론, 그릭요거트 만들기, 연애심리, 북촌 골목길 여행 등 개인적인 관심사, 시기별 이슈, 트랜드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모임들이 등장한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집밥’에서는 2014년부터 얼리어답터들에 의해 수제 맥주를 만드는 모임이 엄청 인기를 끌었어요. 그리고 올해가 돼서야 수제 맥주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현재 ‘집밥’이 새로운 만남에 관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면, 앞으로는 기존에 우리 곁에 있는 관계, 즉 가족, 친구들과의 다이닝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오늘의 다이닝, 어땠나요?
박 소장의 발제가 끝난 뒤에는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노릇노릇한 고기를 구우며 문화 기획에 대한 질문과 답을 던졌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청년 기획가들의 고민은 깊어져갔다. 그들에게 소셜다이닝에 대해 물었다.
자리에 참석한 본교생 박관호(IT대 전기공학 11) 씨는 “어떻게 보면 ‘기획’이라는 건 제 전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실 제게는 ‘가지를 하나 더 치는 것’이에요”라고 말했다. “지난번 모임 때도 왔는데 문화생활과 기획이 연관돼 있다 보니 정보도 많이 얻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요” 지인을 따라 모임에 참석한 노경주 씨(25)는 “소셜다이닝은 다른 모임에 비해 되게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딱딱하게 자리에 앉아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보단 서로 눈이라도 마주쳐서 좋은 것 같아요. 밥도 마음이 편해야 먹을 수 있는데 서로 얘기하며 다른 사람을 알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모임지기인 이통원 씨는 “소셜다이닝이 주제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고, 가끔 낯선 사람들이 한 목적 아래 모이는 것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듭니다”라고 말했다.


▲‘청년이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마을’ 참석자들.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다.



▲소셜다이닝 장소에 모인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퍼플투스 연구소 박요한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글·사진: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일러스트: 김은별 기자/keb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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