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문화 기자가 됐을 때는 새롭고 낯선 문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스로 나름의 정의를 내리게 됐을 때,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사실 ‘행복’이란 말은 때로는 진부하고, 때로는 멀게 들린다. 우리는 달달한 군것질거리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랑에 행복감을 맛본다. 1년 동안 문화부기자로 활동하면서 필자는 행복감이 어린 얼굴을 한 취재원들을 여러 번 보았다. 필자의 첫 번째 문화 취재는 상감입사장 김용운 선생이었는데, 선생에게서 전통문화를 지키는 장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볼 수 있었지만, 선생은 ‘재미없으면 아무리 대단한 일이라도 안 했다’고 뚝심 있게 말하는 분이었다. 선생은 정말이지 유물을 수집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는 분이었고, 그런 선생은 무척 행복해보였다. 1563호 도시농업 취재를 위해 만났던 ㈜인비트로플랜트 김태현 이사는 도시텃밭이 주는 사소하고 싱그러운 즐거움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1570호 박물관 연재기획으로 찾아갔던 한국영상박물관의 김태환 관장은 본인이 어렵게 모은 수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고, 애장품 하나하나 매만지며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이 세 사람의 행복에 공통점이 있다면 본인이 무슨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고,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이었다.“일을 하는 것과 집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과 나눠먹을 밥을 지어먹는 것의 균형점을 찾는 것, 내가 나를 잘 보살피는 것,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번 호 4면에 게재된 연재기획 ‘집은 사람이다’ 취재로 만난 재은 씨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었더니 들려온 대답이었다. 앞선 얘기와 맥락이 상통하는 데가 있다. 외부에 휩쓸리지 않는 올곧은 자기주관과 삶에서의 균형, 그리고 무언가에 쏟는 애정은 행복의 조건일 수 있다.‘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한가’라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기사는 지난 1568호에 첫 번째 기사가 실렸던 이 연재기획 ‘집은 사람이다’였다. 고민의 답은 간단했다. 가장 보편적인 생존의 필수요소는 반대로 갖춰지지 않을 때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튼튼하고 안전한 집에서 나를 이해할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은 행복감을 얻는다.1년짜리 문화부 기자에게는 냉철한 통찰력도, 너른 인맥이랄 것도 없지만 몇 가지 확신하는 사실이 있다. 신문의 문화면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기사라는 것, 그 방안을 찾아 나서는 문화 기자는 궁극적으로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문화는, 결국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들이라는 것. 재은 씨가 이어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내게만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 같이 사는 것, 그런 게 그냥 잘 사는 거 아닐까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웃음)” 문화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김서현기획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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