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경북대학교의 개교 70주년 기념일이다. 풍상을 겪으면서도 그동안 이 나라 교육의 선두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모습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총장권한대행체제하에서 두 번째 개교기념일을 맞이한 경북대의 모습이 ‘울밑에 선 봉선화’를 닮아 눈물이 난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과도한 간섭과 졸업생들을 고용할 기업들의 지나친 요구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까짓 시련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교수들은 연구와 교수에, 학생들은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 더한 역경도 이겨내면서 ‘진리,’ ‘긍지,’ ‘봉사’의 횃불을 들고 이 나라 발전을 견인해온 우리들이 아니던가?
경북대의 교육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창의와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것들을 키울 수 있도록 주어진 문제를 학생들이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고의 본질은 ‘개체의 속성이나 개체들 간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과학의 본질도 ‘개체의 새로운 속성이나 개체들 간의 새로운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미 남들이 밝혀놓은 개체의 속성이나 개체들 간의 관계를 책이나 강의를 통해 깨닫는 것은 소극적 깨달음이다. 소극적 깨달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 다음 단계, 즉 적극적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바탕이 될 뿐인 것이다. 적극적 깨달음은 ‘개체의 새로운 속성이나 개체들 간의 새로운 관계를 한 가지라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창의와 상상력이 있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작업, 즉 ‘개체와 관계에 대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적극적 깨달음에 능(能)하다’라는 의미이다. 창의와 상상은 과학을 하는 행위의 원동력이므로 바로 이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경북대는 매진해야 한다.
창의와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가?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고 깊이 하는 일이다.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이공계 학생들이 적어도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기초과학분야에 단단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기초 없이 어떻게 응용이 가능하며 나아가서 새로운 것들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한편 인문, 사회과학에서는 자연과학 못지않은 과학적 엄밀성을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 문과대 학생들도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수리 혹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검증 가능한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영어는 물론이고 나아가서 한자를 포함한 제 2외국어에도 기초를 마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국제화된 사회에서 한국어와 영어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는가?
혹자는 졸업생들을 고용할 기업들이 바라는 교육하기도 벅찬데 무슨 기초교육 강화와 같은 한가한 소리를 하느냐고 할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을 빌미로 기업들은 대학에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 데리고 가서 곧 쓸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설익은 인재보다 다소간 덜 완성되었지만 기초가 튼튼하고 창의와 상상력이 뛰어난 인재를 찾게 될 것이다. 대학은 질 좋은 무쇠를 만드는 제철소이지 완성된 낫이나 호미를 만드는 대장간이 아니다. 기업들은 무쇠를 사다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도구로 만드는 사회적 책임을 기꺼이 져야 할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고 창의와 상상력이 넘치는 경대인들이 각 분야의 주역이 계속 되어주길 바란다. 웅비 경북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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