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매스컴을 비롯한 언론매체들을 통해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바둑대전을 흥미롭게 지켜본 바 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에는 인간이 과연 인간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질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대국이 시작되고 나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걸 보면서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보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걸 지켜보니, 과학의 위대함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IT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생활 속에서 체감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생명과학분야 역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생명과학분야 중 인체유전(체)학 분야를 중심으로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의 발전

2003년 완성된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든든한 토대를 마련하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된 유전체학기술은 수천만에서 수십억 염기쌍(base pair, bp)의 염기 서열을 한 번에 결정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술(Next Generation Sequencing Technology, NGS)의 발달로 이어짐으로써 유전체학 연구에서 가장 큰 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한 인간게놈분석은 분석 비용뿐만 아니라, 분석 시간에 있어서도 가히 혁명적인 절감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이에 이 방법을 이용한 인간 유전체 분석 연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하루 1000달러의 비용으로 인간게놈을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들어, 아주 저렴한 비용에 초고속으로 개인의 모든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으며 대용량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에 대한 해석과 임상 정보간의 연계가 가능해졌다. 이에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의학이 가능해지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 개인유전체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포스트 게놈 시대 

- 유전자 치료와 유전자 가위 편집 기술 

이러한 게놈분석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인체유전학 분야에서는 그동안 유전적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희귀유전성질환의 발병유전자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gene therapy)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대체시켜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거나 세포에 새로운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법으로, 단일 유전자 결함에 의한 유전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전략에서 출발하였다.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의 임상시도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French Anderson 박사, Michael Blaese 박사, 그리고 Kenneth Culver 박사팀에 의해 시도되었는데, adenosine deaminase(ADA)유전자가 결핍되어 생긴 유전질환인 선천성면역결핍증을 치료하고자 레트로바이러스벡터를 이용하여 ADA유전자를 도입하여 시도한 것이 그 효시이다. 이 후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치료를 시행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으나, 유전자 치료의 부작용이 대두되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2년 10월 네덜란드의 UniQure에서 개발한 지단백지질 분해효소 결핍증 치료제인 ‘글리베라(Glybera: lipoprotein lipase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 백터를 이용해 개발된 치료제)’가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유전자치료제 분야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질환뿐만 아니라, 암, 심혈관질환, 근골격계질환, 그리고 감염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2015년 피부와 림프절에 있는 흑색종 병변을 치료하는‘임리직(Imlygic)’이 미국에서 허가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10건 이상이 임상시험중에 있는 등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유전자 치료의 필수적인 요건인 치료유전자 개발과 유전자를 생체내로 전달하는 운반체인 벡터(vector)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는데, 특히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벡터시스템은 바이러스를 매개로 하는 치료로서 유전자 전달 효율이 높고 발현율 및 지속성이 우수한 장점은 있으나, 인체의 면역반응을 야기시키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리포좀을 비롯한 다양한 비바이러스성 벡터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도 시도되고 있으나, 유전자 전달 효율성 등이 바이러스 벡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여러 개 벡터시스템의 장점을 혼합한 키메릭(chimeric) 바이러스 벡터나 새로운 바이러스성 벡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안정성이 높은 유전자 치료가 가능하리라 기대된다.

한편 유전자 치료와 더불어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구로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체 교정기술(genome editing)을 통한 질환의 치료를 들 수 있다. 유전자 가위란 DNA를 자를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핵산가수분해효소(nuclease)를 쓰임에 맞게 변형(program)해서 표적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DNA를 특이적으로 자를 수 있도록 구성된 인공 효소를 뜻하는데, 유전자를 잘라낸 자리에 건강한 유전자, 혹은 실험용 유전자를 갈아 끼울 수 있다. 현재 유전자 가위의 개발은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뉴클레아제(Zinc-Finger Nuclease, ZFN)와 2세대 탈렌(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 TALEN)을 거쳐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시스템(CRISPR/Cas9 system)로 이어지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CRISPR/Cas9시스템은 ZFN과 TALEN과는 달리 특정 염기서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가이드RNA(guide RNA, gRNA)와 특정한 염기서열을 자르는 가위 역할인 Cas9 뉴클레아제(Cas9 nuclease)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까지 개발된 가위 중에 제작이 가장 용이하고 저렴할 뿐 아니라 정확성과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의과학자들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교정해 그동안 불치병으로 분류되어 오던 유전질환, 암 등 난치성 질환을 원천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과 맺음말

전술한 바와 같이, 그동안 치료가 어려울 거라 생각해 왔던 질환들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됨에 따라 이를 이용한 임상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가 더욱 더 활성화되어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질병 치료가 아닌 외모, 성격, 지능 등의 강화에 이 기술이 사용될 우려도 있다. 

필자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두었을 때, 우리가 이룬 과학적 발전이 올바르게 쓰여야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멀지 않아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유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에서 살아갈 날이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지속적인 생명과학의 연구개발을 통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러한 과학의 발전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꼭 필요한 분야에 쓰이기를 바란다. 

김언경 교수 

(자연대 생명과학)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