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토

                                                                        박숙이

산벚나무 그늘 아래로 벌떼처럼 상춘객들이 몰려든다저 헤픈 꽃잎들이 몇 사람을 웃기고 울려놓는지,그리움을 고요히 휘저어서 쭉도 못 피게 하고 있다 흐드러져 살갗에 착 달라붙는 꽃잎 하나하나가 순정의 뺨 붉은  여자처럼 정이 착 감긴다  선천적이라고 명랑하고 수수하게 살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 했었는데 벚나무 아래에서면 웃음은 어딜 가고 회한의 눈물만 분분하다

청춘을 시시콜콜 여겼을까마음에 든 그 사람, 마음에 병이든 그 사람에게연애는 왜 한 번도 꽃처럼 화사하지 못했을까 온몸이 칼날인 시처럼, 요리조리 비유하며 헤집기만 했을까

달콤함을 갈구하면서도 내 사랑은 왜 처절히 논리적이기만 했을까그토록 따스한 춘정에도 장기투숙하지 못했을까막걸리의 막사발같이 비워내며 살지 못했을까

나의 사랑은, 애증이든 증오이든 간에 저 꽃잎 앞에서 심하게,적확하지 못한 비약이었음을 뒤늦게 아프게 실토 하네가슴의 꽃잎이 짓무르도록 청춘의 독거를 방종하며 방치한 죄,애정 앞에서도 지독히 역설적이기만 했던 어느 물간 여자의 슬픈 봄날이여이제 노을의 환송을 받으며 마지막 완행열차에 몸을 싣는구나!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너 자신에게로

박숙이 시인경북 의성 출생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시안> 등단시집 <활짝>한국시협회원 저는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냇물’이 당선되었으며 문예지 <시안> ‘바다여인숙’이란 작품으로  등단했습니다. 항상 맛있는 시, 개성이 있는 시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처음 신인 때의 그 패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걸 요즈음 실감합니다. 앞으로는 무우시래기같은 구수한 시를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느새 습관은 얄궂은 발상쪽으로 흐느적 기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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