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은 이데올로기적 범주였다.’ 이해가되지 않는 문구였다. 내 이상 속의 ‘공론장’은 일부 세력의 어떠한 의도에도 전체의 성향이 조작되지 못하는 곳으로,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며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우는 참여 민주주의의 표상 중 하나였다. 그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외압에서 해방된 개념이어야 했다. 하지만 ‘공론장이 이데올로기적 범주’라는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이러한 물음을 던지게 만들었다. “일부 세력에 의해 조작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중의 계몽이 가능하겠는가?” 대중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런 계몽은 어떠한 일부 세력의 통제로 인해 이뤄지는 것이리라. 그리고 실제로 과거에는 ‘매스미디어’가 그러한 ‘일부 세력’의 역할을 해왔다. 매스미디어는 신문, 잡지, 영화, 텔레비전 등 대량의 획일적인 정보와 사상을 불특정 다수의 수용자들에게 전달해오며 ‘공론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시대는 뉴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변동하며 공론장이라는 개념의 변화를 맞게 된다. 뉴미디어에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희미했으며 다양한 개인들이 블로그와 팟캐스트, 동영상 공유사이트,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여 각자의 ‘공론’을 형성해 나갔다. ‘미디어 빅뱅 시대’라고 현시대를 칭하게 되면서, 동시에 ‘공론장 빅뱅 시대’라는 칭호도 자연스러워진 것이다.본교 재학생들이 이용하는 학내 공론장만 해도 뉴미디어부터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것까지 상당히 다양하다. 본지부터 시작해 페이스북 페이지 ‘경북대학교 대신 말해드려요’와 ‘경북대학교 대나무숲’, 경북대 익명 커뮤니티 ‘크누파크’… 그리고 이번 호에서 우리가 집중 취재하게 됐던 학내 공론장은 바로,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복현의 소리’ 게시판이었다. 조사 결과 ‘복현의 소리’ 게시판의 게시글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었다. 실로 하나의 학내 공론장이 축소되고 있었다. 이러한 ‘복현의 소리’ 축소현상의 이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SNS의 이용확산 등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년 4월 학교 홈페이지 개편이 이루어지며 대표 홈페이지 외부에 노출돼 있던 ‘복현의 소리’가 내부 포털 사이트에 로그인해야지만 열람할 수 있는 게시판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 축소현상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겠으나,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그로 인해 게시판의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해당 공론장 내부 구성원들의 결정이 아닌, 외부에 의한 일방적 통보였다. 1면 ‘축소되고 있는 학내 공론장’기사의 설문조사 중 ‘매체가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냐는 판단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88%가‘접근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결과가 이런 만큼 단순히 해당 공론장 이용 방법의 제도적 변화일 뿐이라 치부하기  어렵다. 매체가 잠재적·실제 이용자들에게 ‘공론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큼 공론장으로서의 힘을 잃게 되는 일은 없다. 비록 대중의 계몽을 포기하더라도, 이상적인 공론장이라면 일부 세력에 의해 어떠한 류의 조작도 불가함을 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김나영사진 전문 기자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