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본교에서도 다음주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대동제’란 이름으로 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대학축제를 대동제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대학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고, 2016년 현재까지도 본교에서는 대동제라고 불리는 축제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대동제는 명실상부함을 상실한 채 습관적으로 거행하는 연례행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 대동제라는 용어를 풀이해보자. ‘대동’이란 다함께 크게 어울려 하나 되는 공동체의 통합을 의미하고, ‘제’는 이상의 꿈을 문화적으로 실천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대동제란 공동체의 통합을 통해 억압과 박탈의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사회를 부정하고 정의와 해방의 유토피아적인 이상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동제 속에 순수한 대학문화의 본질과 정신이 녹아 흐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란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저항의 정신, 낡은 것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창조의 정신,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의 정신, 참된 가치를 찾기 위해 부단히 질문을 던지면서 자아를 성찰하는 사색의 정신을 본질적으로 담보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대학의 정신이 축제의 문화적 형태로 구현된 것이 대동제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은 더 이상 대학 본연의 순수한 정신은 상실하고 오로지 생존경쟁과 취업경쟁의 공간으로 변질되었다. 이에 따라 대동제라는 대학축제도 변질되었다.
요즘 진행되는 대학축제는 어떠한가? 요즘 대학축제의 성공은 초청하는 연예인의 공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본교생들은 매년 요즘 핫한 연예인을 초청하는 이웃 대학을 찾아 축제를 즐긴다고 한다. 어느덧 인기 연예인을 초청할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과 술판으로 사람을 인도할 수 있는 상업적 호객술 등이 축제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한다. 연예인의 웃음과 알코올의 냄새만이 주인이 된 대학축제, 공동체의 의미는 사라진 대학축제,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인 양 대학축제는 철저한 상업주의의 노예가 되었다. 대학 정신인 대동을 실천하려는 최소한의 몸짓인 대학등록금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대학자율성의 문제, 세월호 문제 등에 관한 행사들은 참여인원 부족으로 취소되곤 한다. 이 시대의 젊음과 문화를 대표할 대동제란 대학축제가 감귤이 짠맛을 내고, 소금이 단맛을 내는 것처럼, 제 맛과 고유의 멋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대학문화와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는 대동제는 더 이상 대학축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대동제라는 이름의 대학 축제를 그만두어야 할 때이다.
이제 대학의 정신과 문화를 체현할 수 있는 축제로 돌아가야 한다. 현재 대학이란, 대학정신이란 무엇인가, 대학문화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대학생이란 어떻게 해야 되는가 등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 대학생의 콘셉트에 맞는 새로운 축제의 형식과 내용이 마련될 것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할까라는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는 세상, 자기의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세상, 내가 살기 위해 남을 헐뜯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 청년들은 마음대로 일할 수 있는 세상, 어린이와 노약자와 병자들은 부양을 받는 세상, 즉 바람직한 이상적 사회를 대학 축제라는 공동체의 이상적 행위 속에 문화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리라. 이러한 실천 속에 현실의 생존경쟁에서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스펙이라는 모든 금기를 벗어던지고, 의기소침한 현실의 나로부터 자유로움과 해방감과 정열의 에너지로 충만된 축제 속의 ‘나’를 발견하고, ‘너’와 함께 이야기하고, 새로운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대학생이 누리는 특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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