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간은 전례없이 속도가 빠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빅 데이터와 클라우딩, 3D 프린팅과 퀀텀 컴퓨팅(양자 역학 기반 컴퓨터) 등 거의 모든 지식정보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이 일어나고 있다. 소비 행태, 일하는 방식 등 사람들의 생활 방식 특히 미래 직업세계 전반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올해 세계 경제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루면서 관심을 모았다. 포럼의 회장인 슈밥(K.Schwab)은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파고는 앞서 세 차례 산업혁명과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 걸까.제1차 산업혁명은 1750년 영국에서 시작돼 19세기 초반까지 이어진다. 석탄을 쓰는 증기기관, 방적기 개량 등 면직물 공업 기계화가 주도한다. 그러나 기존 산업의 개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핵심 동인은 미래의 경제성을 위해 리스크를 무릅쓰는 대담한 기업가 정신이었다. 그래서 1차 산업혁명은 미국혁명(1765~83), 프랑스혁명(1789~99)과 함께 18세기의 3대 사회혁명이라고도 한다.1810년대 영국의 중부 등 직물공업 지역에서는 비밀결사체 러다이트(Luddite)의 기계파괴운동이 번져간다. 실업과 임금 체불 등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그들의 고난을 기계화의 탓이라 본 것이다. 자본가와 정부는 초기에는 무력으로 탄압하지만 결국 사회개혁 운동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대부터 화학염료·전기·정유·자동차 산업 등의 신산업을 근간으로 전개된다. 기술 주도권은 영국에서 독일과 미국으로 넘어간다. 이때 기술혁신 주체로 부상한 것은 대기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 기술 시스템의 혁신이 일어난다. 그리고 역사상 최초로 ‘과학에 기반을 둔’ 기술혁신이 진행된다. 또한 대량생산의 포드주의와 과학적 매니지먼트의 테일러주의의 이즘(ism)이 전 세계로 전파된다. 이렇듯 20세기 초반의 기술혁신과 생산체제 변화가 경제·사회를 변혁시킨 것이 ‘현대 산업사회’의 출현이다. 그 속에서 시스템·질서·컨트롤 등의 개념이 핵심 가치로 떠오른다.제3차 산업혁명은 196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정보기술 혁명이다.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에 기초한 기술혁신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일어난다. 아직 진행 중인가 했더니 돌연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본질은 사람과 사물과 공간이 인터넷으로 초연결되고, 그로써 생산되는 빅 데이터에 기반해 사이버 시스템과 물리적 시스템이 연동되며, AI 기술에 의해 그 복합 시스템이 최적으로 제어되는 초지능 혁명이다.그 중심에는 AI, 로봇, 사물인터넷(IoT, IoE), 드론, 가상현실(VR), 3D 프린팅, 자율주행차 등이 자리한다. 독일의 인터스트리 4.0 플랫폼, 미국의 산업 인터넷 컨소시엄, 일본의 로봇 혁명 이니셔티브 등이 선두에 섰다. 최근 제조업발 IoT로 새로운 생산방식에 나선 독일의 전략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서 생산 통제 주체가 1·2·3차는 사람이지만 4차는 기계자율이다. 이점에서 기계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물내신物乃神사상).그렇다. 산업혁명에서의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은 가치관의 변화, 사회체제 혁신과 서로 조응하며 전개됐다. 슈밥 회장의 예측처럼 4차 산업혁명은 직업세계에서 필경 산업·경제·고용·사회·정부 형태까지 바꿀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 개발 중심과 일자리 감소 우려에서 나아가 기술과 사회를 엮어서 보고 입체적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기술혁명기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쪽과 뒤로 밀리는 쪽 사이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급속도로 전개될 사회 변동의 폭과 깊이를 미리 가늠하고 통합적 관점에서 실효성 있게 대비할 때다.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이 마주하게 될 기회와 도전 과제를 보여주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실용적인 해법도 제시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황 맥락 지능’, ‘정서 지능’, ‘영감 지능’, ‘신체 지능’등 인간의 본질적인 능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전문가도 예측이 어려울 시대일수록 인류 사회가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을 통해 인간과 기계 간 공명장(共鳴場)형성이 중요하다(음양불측지위신 陰陽不測之謂神).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생존법은 ‘인간다움’이다.

이우붕 교수(사범대 화학교육)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