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릿 멤버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봄 같이 웃고 있다. 왼쪽부터 남영주 씨(해금, 가야금, 얼후), 김수경 씨(소리), 서민기 씨(피리, 태평소, 생황)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나릿. 봄의 염원 中-피아노와 기타 소리가 잔잔히 깔린다. 그 가운데 봄꽃처럼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세 여자가 서있다. 태평소, 해금이 특유의 구슬프면서도 신명난 곡조를 뽑아내고 김수경 씨가 호쾌하고 구성진 목소리로 소리를 한다.‘나릿’은 본교 국악학과 출신 세 사람이 모여 시작한 퓨전국악밴드다. 김수경(예술대 국악 04) 씨는 소리를 하고 남영주(국악 05) 씨는 해금, 가야금, 얼후를, 서민기(국악 08) 씨는 피리, 태평소, 생황을 연주한다. 그녀들이 연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곳 대구의 ‘골목’이다. 골목골목에 잠들어 있는 옛 이야기를 찾아 노래로 만들고, 그 이야기가 있는 골목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 국악 버스킹이다. 운이 좋으면 이상화 고택에 앉아 소리를 하는 그녀들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나릿의 김수경 씨와 서민기 씨를 만나봤다●

Q. 나릿에 대해 소개해달라우리 전통음악 자체가 거슬러 올라가면 무속음악에서 파생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헌을 보면 남아있는 가사의 내용에 염원하는 소리들이 많다. 나리소서, 설설히 내리소서… 그렇기에 나릿의 뜻은 전통의 뿌리가 내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은 ‘나리소서’의 나릿이고, 운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하는 소리에서의 나릿이다. 이렇게 셋이 모여서 시작하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연주 생활을 했다. 나릿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지역의 이야기를 국악으로 풀어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건 2013년부터였다. 소재나 콘셉트는 우리가 선택하고 작곡과 작사는 전문가를 물색해서 의뢰한다. 동성로를 주제로 한 ‘놀路’라는 곡은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Q. 퓨전국악이라는 장르는 무엇인가? 왜 그 장르를 선택했는가?나릿은 무거운 관현악 구성보다는 보는 사람도 가볍고 연주하는 우리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어쿠스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퓨전은 서양악기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다. 나릿은 피리, 해금, 소리와 같은 전통적인 국악에 관현악, 어쿠스틱 기타, 퍼커션이 함께 연주된다. 큰 전자 악기를 최대한 배제했다.자연스럽게 퓨전국악을 선택하게 됐다. 학교에서 전통음악의 기초가 중요하다보니 교수님들이 옛날 것을 고수하신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전통적인 것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국악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퓨전국악을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전통국악을 찾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퓨전국악이라는 쉽고 특별한 계기를 통해서 진짜 우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전통음악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Q. 현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왜 국악을 찾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시대가 빨리 변하고 급속도로 바뀌는 유행 때문에 국악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 같다. 나 자신도 국악에 대한 고루하다는 편견이 무조건 틀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들을 기회가 없고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퓨전이 아닌 정통 국악 공연을 할 때가 있는데, 공연을 보신 분들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을 절로 하신다. 보고 듣는 만큼 안다고 하지 않는가. 나릿이 이렇게 길에 나와서 공연을 하는 이유도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더 제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Q. 대구 골목에서 그 골목에 얽힌 얘기를 노래하는데, 이러한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가?모든 청년들이 다 먹고 살기 힘들지만 우리가 속해 있는 청년 국악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제한적이다. 동기들이나 선후배들도 힘들게 대학까지 나와서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2013년에 ‘청년 국악인 먹고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요즘 트랜드가 ‘여행’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여행이라는 상품이랑 전통음악이라는 콘텐츠를 융합시켜보면 어떨까, 대구라는 도시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근대골목을 거점으로 잡고 국악으로 재해석하자’ 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전통음악을 만났을 때의 특별한 기억을 통해서 대구라는 지역을 더 뚜렷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전통음악의 새로운 매력이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그곳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를 주제로 ‘令바람 쐬러가자’ 같은 프로젝트를 했다. ‘령(令)바람 쐰다’는 게 일제강점기 전후에 약령시에 간다는 뜻이었다. 약령시 골목,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청라언덕에서 제일교회까지 버스킹을 했다.

Q. 활동한지 3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나릿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우선 우리 공간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우리들만의 공간 사무실 겸 연습실 아지트가 생겼다. 다른 면으로는, 멤버들 서로가 무척 친하고 그저 같이 놀기 좋은 사이였는데, 같이 일을 하게 되니 껄끄러운 일도 있더라. 그런데 그 마찰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서로가 더 돈독해졌다는 것도 3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화한 부분인 것 같다. 대외적인 성장은 목표가 뚜렷해졌다는 것이었다. 단순 연주팀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예비 사회적 기업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에 진입하게 되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우리들의 색깔을 묻혀서 연주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부분이 뚜렷해져 가고 있다.

Q. 앞으로 공연은 어떻게 진행되는가?구체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이상화 고택에서 상설 공연이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정기 공연도 할 생각이다. 가까운 날에 있는 공연은 5월 25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중구청 주관으로 서는 공연이 있다.

김서현 기자/ksh15@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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