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면서 학생의 권리에 대한 이슈가 공론화된 가운데,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 보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학교 내 학생의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체벌 금지 등 그동안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과 학교 현장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교권을 보장하는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교사의 권위 실추를 가져옴과 동시에 이것은 결국 학교교육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교권을 침해하며, 교사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이 학생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들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개념들이 함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대표적인 프래그머티즘 철학자인 존 듀이(1859-1952)의 권위개념은 주목할 만하다. 

듀이가 그의 지적인 삶에서 끊임없이 극복하고자 한 것 중 하나는 이원론이었다. 독립적이며 배타적인 이원론적 사고는 더욱 중요하고 더욱 장려되어야 할 두 원리의 관련성을 간과하면서 지적 혼란을 초래함과 동시에 잘못된 행동의 원천이 된다. 특히 듀이는 교육 분야 역시 이러한 이원론의 역병에 걸려 있다고 진단하며, 교육자들에게 이원론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것을 호소했다. 

권위와 자유의 문제에서도 듀이는 이 두 원리 사이의 화합을 시도하였다. 듀이는 19세기 자유방임적 자유주의 철학이 자유라는 명목 하에 모든 형태의 권위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자유방임적 자유주의가 가져온 위기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자유주의 철학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것은 바로 그가 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한 권위 개념을 정립하고자 했음을 의미한다. 듀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권위와 자유에 대한 새로운 모델로 과학 분야에서의 조직화된 지성(organized intelligence)을 제언한다. 과학 분야에서 개인들에 의해 제시된 아이디어들은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신념과 매우 다를 때라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험받고 발전하여 공동의 동의가 있을 경우 지적 사회의 공동의 재원이 된다. 즉 과학의 발달과 진보는 개인적인 자유와 집합적인 권위가 서로 효과적으로 작용할 때 일어난다. 따라서 집합적이며 협력적인 지성 즉 조직화된 지성이 개인의 창조적인 능력과 함께 작용하면서 인간관계라는 보다 더 넓은 분야에까지 확장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듀이는 이러한 확장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으나, 권위와 자유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믿었다.

듀이가 교육에 적용하려 한 권위 개념은 그가 철학적으로 논의한 권위 개념과 일치한다. 듀이는 교사가 학생에게 맹목적 복종을 요구하거나 또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전적으로 허용하며 방치하는 것에 반대하며, 학생의 개인적 자유를 격려하면서도 교사와 학생의 진정한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과 학급의 긍정적 성장을 지향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교육적 권위’로 학교 또는 학급 커뮤니티의 조직화된 지성을 제기하였다. 즉, 교육적 권위는 어느 한 개인의 지배력이 아닌 사회적인 것이며, 교사와 학생 개개인은 학급 공동의 활동에 참여하며 질서를 세우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교육에서 효과적인 권위는 학교나 교실이라는 사회를 배경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교사를 포함한 개인들이 그 사회의 공동의 활동과 이해에 기여하고 참여한다. 예컨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급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자유로이 토론에 참여하여 모든 학급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으며 타당한 행동을 위한 지침이 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지배 즉, 권위의 원리는 개인적 자유의 원리를 반드시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구성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진 사회적 지배 즉, 권위가 일반적일 때에는 교실 커뮤니티 안에서 학생들이 규칙을 지키도록 주의를 받더라도 외부로부터 오는 힘에 복종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한편 교사가 학생들에게 불가피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권위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의와 평등의 원리에 의해, 그리고 학급 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며 이것은 교사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더 나아가 학생 개개인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융통성, 학생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교사의 신중한 계획 및 활동은 효과적인 학급 통제를 도울 뿐만 아니라 교사 자신의 교육적 권위를 강화한다. 따라서 듀이의 학교에서는 비록 교사의 권위가 전통적인 교육에서처럼 분명히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교사는 학생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교육적 환경과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학생이 보다 유능한 민주적 구성원이 되도록 지도하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전통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은 우수하고 유교적 교양이 있으며 도덕적 인격을 갖춘 군자가 되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교사는 그러한 윤리적인 원리대로 살아감으로써 그들의 위치를 유지하였고, 따라서 교사와 그들의 권위는 높이 존중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그러한 교사의 전통적 권위가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양의 개인주의의 영향과 함께 교사 권위의 약화가 명백하며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제 학교에서 존재하는 권위에 도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는 교사의 권위와 학생의 자유를 점점 더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교사의 권위가 학생의 자유를 위해 희생되거나, 학생의 인권이 교사의 권위를 위해 희생되기를 요구하는, 즉 듀이가 염려했던 이러한 이원론적 접근은 권위와 자유의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나 듀이의 반이원론적인 이해는 권위의 위기와 도덕교육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 교육에 중요한 의미를 준다. 첫째, 반이원론적인 입장에서 권위의 문제를 접근할 때 권위의 원리가 자유의 원리에 반드시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원리들의 대립은 비합리적이며 불필요하기 때문이며, 중요한 것은 권위가 어떻게 자유와 관련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유가 필요한 것처럼 권위와 훈육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두 원리는 서로 파트너이지 적대자가 아니다. 둘째, 서양의 개인주의의 영향 속에서 한국인, 특히 젊은이들의 도덕성이 상실되었기에 현재 학교의 교실에서 전통적 교사권위의 회복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성급한 판단과 결론을 내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할 것이다. 셋째, 듀이의 반이원론적인 견해는 한국 교육이 자유를 권위의 부재로 쉽게 정의함으로써 모든 형태의 권위를 완전히 거부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도록 도울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 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개인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적 권위를 찾아야 하는 필요성을 제의할 것이다. 넷째, 도덕교육과 관련하여서는 듀이의 반이원론적인 이론은 도덕교육의 목적이 이미 만들어져 있거나 고정된 기준과 전통을 학생에게 강제하거나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책임 있고 유능한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함축한다. 그러므로 듀이는 자유롭고 신중한 모든 선택이 도덕적 판단과 의미의 영역 속에 있다는 개념을 가져옴으로써 도덕교육을 인간의 행위와 경험의 모든 면에 걸쳐 확장시킨다. 

요약하면 자유와 권위의 원리에 대한 조화와 융합의 아이디어는 한국의 학교에서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대안을 고려하도록 이끌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학교와 교육에 관련된 정책결정자들에게 문제나 이슈에 대해 그저 극도의 단순화를 통해 쉽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이원론이라는 피난처에 숨는 대신에 현재 한국 사회와 교육이 직면한 권위의 위기와 도덕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김상현 교수 

(사범대 교육학)

▲ 대표적인 프래그머티즘 철학자인 존 듀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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