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조사한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가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조사발표에는 흥미로운 항목이 있었는데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였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은 화목한 가정이었다.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리나라에는 화목한 가정이 많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대답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는 ‘아니요’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목한 가정의 조건은 무엇일까?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는 ‘안나 카레리나’의 구절을 떠올리지 않아도 화목한 가정들의 패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모두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기억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족구성원들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살인적인 연평균 근로시간, 세계 최하위에 이르는 성평등 지수, OECD 최하위를 기록한 가족·보육분야 관련 공공지출 등등을 보게 되면 가족구성원들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사회적 압력과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기반 자체가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데에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이 경북대 안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눈을 돌려 경북대학교를 보자. 이번 달에 어린이집을 완공하지만 그전까지는 모유수유실이나 모성보호를 위한 어떤 시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교수 비율은 주요 국립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직장으로서 경북대, 사회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하는 선도적 기관으로서 경북대는 분명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고, 여교수·여직원 비율을 따지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북대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위상을 생각해본다면 중요성을 아무리 피력해도 모자랄 것이다. 앞서 살펴본 화목한 가정을 위협하는 사회적 압력과 제한을 해결하는 데에 경북대가 앞장서길 바란다. 그렇게 했을 때야 비로소 가족구성원들의 노력도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공동체의 해체는 현상이다.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개인들의 몫이나, 가족공동체 해체로 인한 부정적 징후들은 우리가 극복해야 될 과제다. 직장으로서 경북대가 모성과 가족을 보호를 위해 역할을 감당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연구원, 대학원생, 교수들을 위시한 경북대 내 구성원들이 함께 가족해체에 따른 부정적 징후들의 해결을 고민해나가야 한다. 여교수회에는 양성평등사회를 구현해나가는 선도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모성과 가족 보호를 위한 양성평등위원회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되어야 한다. 학생회도 이 같은 문제제기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화목한 가정의 조건과 경북대 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립대가 가지는 영향력과 위상을 생각해 성평등사회로 노정하는 데에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옳다. 직원들과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행정과 연구,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공공지출을 더 늘리는 것이 탁월하다. 70주년을 맞이한 경북대가 더욱 더 성장하기 위해서도 모성과 가정 보호를 위한 정책을 본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옳기도 하고 탁월하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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