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두엽의 구조

심리학 연구자들은 인간의 정신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심리학 분야에서도 인간의 정신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기술에 의해 구현된 첨단 장비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여러 심리학 분야들 중에서도 특히 ‘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 또한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많은 뇌영상 연구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본 연구실에서는 특히 전두엽 기능에 관한 인지신경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두엽은 인간이 고차 인지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하는 뇌영역이다. 고차 인지기능의 핵심은 목표 지향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 즉 집행 기능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 순간 집행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는지를 기억해내려고 할 때나 수업시간에 강의를 집중해서 들을 때, 우리는 집행 기능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최근 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이 집행 기능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해 활발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두엽을 해부학적, 기능적 특징에 따라 크게 구분해 보면 이마 바로 안쪽, 즉 전두엽의 가장 앞쪽에 있는 전두극 피질(frontopolar cortex)로부터 시작하여 배외측 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복외측 전전두피질(ventrolateral prefrontal cortex),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 운동피질(motor cortex)에 이르며, 대뇌 반구 사이에 있는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영역들 중에서 운동피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이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기능적 조직화는 위계적 or 탈위계적

한편, 시각피질이 후측으로부터 전측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형태로 기능적 조직화가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최근 인지신경과학 연구들에 의하면 집행 기능에 관련되는 전두엽의 여러 영역들 또한 기능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는 다양한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관한 여러 이론들은 공통적으로, 전두엽이 후측으로부터 전측으로(즉, 뒤에서 앞으로) 갈수록 더 상위 수준의 정보처리를 바탕으로 하는 집행 기능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들 중 하나인 Badre와 D’Esposito의 기능적 조직화 이론은 전두엽 후측에서 전측 방향으로 감에 따라 반응의 수준, 처리되는 자극의 속성적 수준, 자극의 차원적 수준, 그리고 맥락적 수준에서 요구되는 통제적 처리를 한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더 상위 수준의 통제적 처리는 그 수준보다 더 낮은 수준의 통제적 처리에 위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예컨대 맥락 수준에서의 통제적 처리 과정이 발생하면, 더 하위 수준인 차원 수준의 통제적 처리 과정 또한 연쇄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본 연구자 또한 전두엽의 기능적 조직화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하였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전두엽 영역들이 위계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기보다는 상호 협력하는 독립적인 체계로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서로 다른 과제들을 연이어 수행할 때 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갑자기 바뀔 때에는 이전에 수행하던 과제의 규칙과 목표에서 새롭게 수행해야 하는 과제의 규칙과 목표로 재빨리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과제 전환이라고 하는데, 과제 전환의 수준을 자극 및 반응 규칙, 그리고 맥락 수준으로 구분하여 참가자들이 과제 전환을 수행할 때의 뇌영상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자극 수준에서의 전환에 관여하는 뇌 영역은 운동피질의 바로 앞인 전운동 피질에서 관찰되었고, 반응 규칙 수준에서의 전환에서는 더 전측인 배외측 전전두피질 그리고 맥락수준에서의 과제 전환에서는 전두극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하였다(그림 참조). 또한 처리의 수준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하전두 연접(inferior frontal junction) 영역이 관여함을 확인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보처리의 수준별로 관여하는 이 뇌영역들이 위계적 형태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두엽 기능이 집행 기능에 있어 위계적이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처리하는 정보의 수준에 따라 조직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3. 집행 기능의 핵심부: 전전두피질

본 연구실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뇌 영역은 전두엽 중에서도 특히 배외측 전전두피질로, 이 영역은 다양한 인지기능이 필요한 상황에서 핵심적인 집행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방해자극이 많은 상황에서 내가 목표로 하는 자극을 성공적으로 선택하여 처리해야 할 때나 전화번호를 잊지 않기 위해서 활동적으로 그 정보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목표 지향적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할 때 그 목표를 활동적으로 유지, 즉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 목표에 따라 다른 피질 영역들에 신호를 전달하고, 그 결과로서 어떤 자극은 더 쉽게 처리되도록 또 다른 자극은 쉽게 처리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기본적인 시스템 위에서 비로소 우리는 목표에 들어맞는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흔히 집행 기능을 극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과제를 연구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 그 참가자들이 그 과제를 수행할 때의 뇌활동 영상을 분석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그러한 과제들 중 하나가 스트룹 과제(Stroop task)로 불리는 것으로, 이 과제에서는 색글자의 색상이 그 글자의 의미와 일치하지 않을 때(예컨대, ‘빨강’이라는 글자가 파란색으로 제시될 때), 사람들은 그 색글자의 색상을 명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색글자의 색상이 그 글자의 의미와 일치할 때(예, ‘빨강’이라는 글자가 빨간색으로 제시될 때)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러한 과제에서 참가자들은 글자의 의미를 억제하고 색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과정에서 집행 기능을 동원하게 된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영상을 분석하면, 전형적으로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며, 이 활성화 신호는 색상을 처리하는 다른 뇌영역, 즉 하측두 피질과 후두엽으로 전달되어 색상 정보를 더 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4. 개인차: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

 최근에는 이러한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집행 기능에 있어 개인들이 어떠한 차이를 보이며 그 차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관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다. 특히 본 연구실에서는 개인이 단지 어떤 정보 유형을 더 선호하는가에 따라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활성화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스트룹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활동을 fMRI를 통해 촬영한 후 분석한 결과, 언어 정보를 더 선호하는 참가자들은 색상 정보를 선호하는 참가자들보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을 포함한 다른 영역들에서 더 많은 집행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를 더 확장한 연구에서는 공간 정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언어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공간 정보를 무시해야 하는 과제에서 서로 다른 활성화 패턴을 관찰하였다. 즉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다른 영역들 간의 연결성에 대한 분석 결과, 과제의 속성은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선호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처리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가 과제의 목표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자극으로 제시될 때 이 방해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집행 기능이 필요하며, 이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더 강한 활성화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이 영역과 다른 영역들과의 연결성에서도 나타남을 의미한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큰 시사점이 있다. 즉 인지과제를 수행할 때(쉬운 예로, 시험을 볼 때) 그 과제는 개인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선호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집행 기능이 요구되며, 이는 더 많은 대뇌피질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으로 평소에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의 문제를 해결해 보는 훈련을 한다면 실제로 시험을 볼 때에는 필요한 뇌 활동량이 상대적으로 더 적어지게 되며, 결국 문제해결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김초복 교수 

(사회대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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