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직전 벼락치기를 하고 있을 때, 다이어트 시작 하루 만에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었을 때, 술을 진탕 퍼마시고 다음 날 숙취의 고통으로 오전을 보낼 때. 우리는 흔히 ‘아, 내가 왜 그랬지’ 또는 ‘왜 이러고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나’와 ‘쓰레기’를 합성한 ‘나레기’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나레기는 널리널리 퍼져나갔다. 아마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괴감으로부터 오는 이 표현에 공감했기 때문이리라.필자 또한 ‘정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난 후,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자괴감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정기적으로 느끼고 있다. 사실 하루에 한 번이라 해도 무방하다. 정기자가 된 직후 신문발행 첫 주에는 모든 게 신기했다. 처음으로 본부에 기자로서 인터뷰 건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첫 면대면 인터뷰에서는 시작 전까지 질문을 몇 번이나 또 봤다. 둘째 주. 여전히 신기하지만 서서히 적응 중이며 조금씩 본지의 정기자로서 가지는 무게감이 얼마나 큰지 취재와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꼈다. 그러다 공부에도 욕심을 내볼까 했던 본 기자는 일을 몇 가지 저질렀다. 수업시간에 외계어로 들리던 통계와 인지신경 과목 스터디를 잡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만든 것이다. 그 와중에 칼럼 스터디도 잡혀있었다. 이 시점부터 자괴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레기’란 말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왔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란 말을 몸소 느낄 날이 올 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남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스스로의 기준으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보였던 그런 날들이 있지 않은가.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희망은 찾고 있었다. ‘어떻게든 되긴 된다’는 믿음으로 한 번씩 졸지만 수업도 듣고, 늦긴 하지만 마감의 결과물이 지나치게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그렇게라도 나레기에 적응하고 있던 와중에 한층 더 심각한 나레기가 될 위기가 찾아왔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고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경북대신문 수습기자 모집이 끝나고 저번 주 부터 수습 교육이 시작되었다. 1년차 정기자로서 자신의 일도 똑부러지게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이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책임을 가져야 되는 일인 줄은 지난주를 겪고 나서 알았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나부터 모범이 되어야 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었다. 시간을 되짚어보니 그 부담을 완전히 이겨내진 못했던 듯하다.여전히 필자는 스스로를 나레기임을 느낀다. 겨우 스물한 살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살다보면 그럴때도 있고 저럴때도 있으리라 생각하며 위안을 얻는다. 지금 이렇게 나레기라고 느낀 만큼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면 더 나은 나레기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한솔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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