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속에는 아직도 9명의 사람이 남아 있다. 하지만 벌써 2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날의 충격과 아픔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둘러싸고 관련 재판과 청문회가 열렸지만 진상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어버리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왜 잊어서는 안 되는가? 이미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를 전후하여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근처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한다. 위험하게 변조된 그 배에는 안산 단원고 2학년 수학여행단을 비롯하여 470여 명의 승객이 승선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불과 2시간 만에 선수 부분만 남기고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모든 국민과 승객 가족이 매스컴을 통해 구조 활동을 지켜보는 가운데 충격적이게도 정부 당국은 배 안에 갇힌 승객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모두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선내에 남아 있다. 더욱 분노를 금할 수 없었던 일은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해놓고 자신들만 몰래 해경의 도움을 받아 탈출했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우리 국가와 사회의 모든 일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할 청와대는 자신들이 국가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은 암담하다 못해 허탈한 심경에 빠졌다. 우리는 이제 사람의 생명보다 낡은 배의 수명을 더 중시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고,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선원이 가장 먼저 도주하는 나라에 살게 되었으며, 국가 안전 관리의 총 책임을 져야 할 청와대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나라에 살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더더욱 충격적인 일은 그 이후 사후 수습과 추모 과정에서 일어났다. 우리 사회의 일부 세력이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추모 행사를 ‘시체 장사’라 매도하는가 하면, 구조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당국에 단식으로 항의하는 사람들 뒤에서 폭식으로 그들을 조롱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추모 행사와 거기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애도 행사를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며 특정한 이념 덧씌우기에 골몰하기도 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이 왜 종북인가?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이 왜 빨갱이인가? 맹자는 “측은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과 소통이 사라진 사회는 인간 사회가 아니다. 개와 소도 새끼와 떨어지면 오랫동안 슬피 운다.세월호 침몰은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남김없이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책임을 회피한 그 자리에서 그들을 대신해 목숨을 바친 의인들이 있었다. 박지영 씨를 비롯한 몇몇 승무원은 끝까지 승객들 곁을 지키다 배와 함께 목숨을 바쳤다. 단원고 남윤철 교사 등 몇 분 선생님은 마지막까지 아이들의 생명을 수호하려다 생명을 잃었다. 이 밖에도 자신을 내던져 구조 활동에 힘쓴 분들도 많다. 우리 사회는 이런 분들의 소중한 헌신으로 지탱된다. 이들의 마음이 바로 사랑과 정의다.지금도 세월호 침몰 사건은 진행 중이다. 우선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고, 유족의 요구사항을 외면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또 진상규명을 위해 선체를 훼손하지 말고 그대로 인양해야 하며, 이 과정은 유족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더욱 중요한 일은 우리 사회의 공감과 소통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이웃의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이 모든 것을 잊지 말아야 다시는 세월호 침몰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지 않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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