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피는 목련

                                                                                                                             임창아

돌아서기도 전 보고 싶었다 돌아서자마자 뒤돌아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였다 열 걸음도 못가서 또 보고 싶었다 사방에서 소리 없이 나를 불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데 알아서 듣는 내 귀는 너를 만나고부터 불행해졌다  목련이 피기도 전 덜컥 네가 떠난 것처럼 목련이 지기도 전 내 마음 먼저 시들었다 늦은 밤을 목련 보다 더 하얗게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꿈으로도 오지 않는 너 때문에 울음과 웃음의 경계가 사라져도 너는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내 눈은 너와 헤어지기도 전 이미 캄캄해졌다 추억은 날마다 목련처럼 피어났다가 죽어갔다 너는 목련보다 환했고 나는 그림자보다 어두웠다 꽃이 흔들리면 그림자도 흔들렸고 꽃이 지면 그림자도 사라졌다 꿈속에서 너를 만지는 것과 같았다 추억의 한 방식이라 하기엔 너무 아팠다 내 감정은 너와 헤어진 후 더 분명해졌다 목련이 피기 전 서둘러 목련을 베었다 추억이 살아나지 못하도록,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목련은 내 안에서 피는 너였다가 추억이었다가

임창아 시인

경남 남해 출생,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 수료,  2004년 <<아동문예>> 문학상, 2009년 <<시인세계>>로 등단

 혼자만의 공간을 가져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힘을 모아 소원을 들어 준다잖아요. 몇 년 전, 와룡산이 정원으로 딸린 은신처를 마련하면서 은둔 생활을 시작했어요. 삶의 부근은 언제나 시의 부근이기도 하지요. 제가 다니고 있는 계명대학교는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고요. 와룡산의 바람과 새소리와 구름과 고양이의 연애와 찢어진 비닐봉지의 춤들은 늘 나와 동행하는 것들이면서 또한 내 시의 주인공들이에요. 나는 와룡산에게 준 것도 없는데, 매번 이렇게 받기만 해서 고맙기만 하죠. 대신 시로 돌려주기로 약속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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